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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2일: 암호자산 시장이 붕괴한 날 (파트 2)

작성자 Kyle Samani
March 20, 2020 | 14 minute read

참고: 며칠 전 3월 12일 암호자산 시장의 구조가 어떻게 붕괴되었는지를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글(파트2)에서는 파트1에서 소개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잠재적 해결방안을 소개합니다.

현재 상황에 대해 정리해보자면, 주요 구조적 문제 중 하나로 드러난 점은 현재 블록체인(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두) 네트워크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거래라 불릴만한 거래량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변동성이 커지면 트레이더는 매매 차익을 위해 신속하게 거래소 간 자금 교환을 처리해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빠른 속도(낮은 지연율)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시장 구조 개혁과 기술적 업그레이드를 포함한 잠재적인 해결책에 대해 살펴볼 예정입니다. 독자 분들께서 여러 확장성 기술 및 현 암호자산 시장 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다고 가정하고 글을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시장 구조 변화시키기

거래소의 통합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10여개의 주요 중앙화 암호자산 거래소가 있습니다. 만약 이들이 지금보다 더 적은 숫자의 거래소로 통합된다면, 1) 차익거래가 가능한 플랫폼의 감소와 2) 온체인 상 자산 이동의 필요성이 낮아짐을 의미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가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암호자산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지난 수년간 유동성의 파편화는 더욱 심해져만 갔죠. 2017년 상반기를 돌아보면 대규모 거래소가 고작 4-5개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이 대규모 거래소라 부르는 곳이 10여곳이 넘고 그 뒤를 잇는 중소형 거래소들은 너무나도 많은 상황입니다. 이렇게 거래소가 우후죽순으로 많아진데는 여러 요소가 상호작용하였습니다. 특정 지역의 정치적인 상황이라던지 통화 규제 정책 역시 한몫했죠. 특히, 한국처럼 통화 규제가 매우 엄격한 국가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또한, 파생상품 거래소의 급격한 성장이나 규제의 적용을 받는 거래소와 그렇지 않은 거래소 간의 차이 역시도 거래소 숫자의 가파른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나아가 암호자산의 전세계적인 성장세를 지켜보던 몇몇 국가는 내수 암호자산 시장 구조를 굳히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후오비나 Okex를 제외하고는 중국 내에서 거래소가 새로 생겨나는 것을 보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는 기존의 거래소들의 지방정부 및 중앙정부와의 커넥션에 기인한다고도 할 수 있죠. 사실 중국에서의 상황과 한국의 상황은 비교할만 하면서도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요. 내수 암호자산 시장의 굳히기 모드가 진행되는 지역들을 통해 유동성은 당분간 계속해서 파편화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청산기관과 프라임 브로커

많은 거래소로 유동성이 파편화되어 있다보니 유동성 공급자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자본을 결국 여러 거래소에 나누어 분할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는 베이시스 리스크를 초래하고, 이로 인해 각 거래소의 USD를 기준으로 한 담보물 별로 제공 가능한 자금 유동성에 제한이 걸립니다. 유동성 공급자들이 거래소 간 교차 마진 포지션을 취할 수 있고 롱과 숏을 통해 순이익을 낼 수 있다면, 베이시스 리스크를 완화하고 각 거래소에서 USD 담보물 당 더 높은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청산소(clearinghouse)입니다. 청산소는 주로 수탁형(custodial)과 비수탁형(non-custodial), 두 가지로 나뉩니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수탁형 청산소는 여러 거래소에 담보물을 예치하고 모든 사용자에게 청산소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만약 단일 프라임 브로커가 모든 거래소에 충분한 담보를 보유한 경우, 트레이더는 하나의 거래 플랫폼만 사용해도 되며 개인 트레이더들이 베이시스 리스크를 피할 수 있게 하기도 합니다. 물론 프라임 브로커가 종종 거래소에 예치한 자산에 대해 리밸런싱을 해야할 필요는 있겠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블록 스페이스와 가스 부담을 가하는 상황을 급격하게 줄여줄 것입니다.

암호자산 외 자산을 다루는 전통적인 프라임 브로커로는 JP 모건 같은 대형 은행이 있습니다. 이러한 대형 은행이야말로 거래소와 트레이더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프라임 브로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자본력을 갖춘 몇 안되는 주체이기도 하죠. 하지만, 근시일 내에 암호자산 분야에서 이러한 대형 은행이 프라임 브로커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고미 (Tagomi)와 같은 플레이어들은 프라임 브로커 서비스를 계속해서 늘려나가고 있죠.

비수탁형 청산소의 예는 X-Margin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서비스의 경우, 각 거래소 별 비수탁형 교차마진을 가능케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죠. 기술적으로 어떻게 이를 실현하는지는 본 포스트의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다루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X-Margin은 트레이더들이 인증받은 제3자 수탁인들을 통해 자신의 자산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인증받은 제3자 수탁인들이라 하면 Coinbase Custody, BitGo, Anchorage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X-Margin은 트레이더들이 사용하는 거래소에 만약 기초 담보액을 청산해야할 경우 담보물이 충분하다는 내용을 암호학적으로 검증하여 전달하죠. 트레이더 입장에서 롱 포지션과 숏 포지션 모두에서 수익을 낼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자본 효율성이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법은 오로지 암호학의 발전을 통해서만 가능해진 것이며, 검증에는 더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하지만 접근법 자체만 놓고 본다면 매우 단순하고 영지식증명 상으로도 타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수탁형 접근법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요. 전통적인 프라임 브로커는 레버리지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반면, 비수탁형 플레이어의 경우 이를 제공하지 못한따는 점입니다. 더 나아가, 전통적인 프라임 브로커는 청산과 상환에 어느 정도 딜레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는 전통적인 금융시장의 트레이더들이 기대하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다수 트레이더가 프라임 브로커에게 기대하는 바가 레버리지와 지연된 청산이므로 기존의 전통적인 프라임 브로커는 비수탁형 청산소에 비해 확실한 장점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암호자산 시장에서 이러한 차이점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극단적인 레버리지 금지

현재 암호자산 시장 구조에 대한 가장 자주 거론되는 비판 중 하나는 파생상품 거래소가 무기한 스왑 계약을 이용하여 과도한 즉각적 레버리지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비트멕스가 100배 레버리지를 제공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했고, 이후 FTX와 바이낸스가 각각 101배, 125배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100배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가격이 0.7% 변동할 경우 청산이 일어나게 됩니다.

얼마나 많은 트레이더들이 고배율 레버리지를 활용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2019년 5월 기준으로 비트멕스는 일반적인 트레이더가 25배 레버리지로 거래에 임한다는 사실을 공개했지만, 이후 수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거래소가 레버리지를 낮추는 미래가 올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비트멕스는 본사에 상어 수족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죠. 그만큼 잔인할 정도의 경쟁을 미덕으로 여긴다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비트멕스와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FTX나 바이낸스는 더 큰 레버리지를 제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파생상품 거래소가 규제의 울타리 밖에 있다는 사실과 여러 국가에 근거지를 두고 운영된다는 점들을 고려해볼 때,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높은 레버리지를 금지할 가능성은 낮긴 합니다.

서킷 브레이커

현재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또 다른 방안은 서킷 브레이커 제도 도입입니다. 거래소들이 입출금은 가능케 유지하되 거래 자체를 짧게는 15분, 길게는 1시간 가량 중지한다면 차익거래자들이 거래소 간 자산을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요 거래소들이 지리적 위치, 사용자 유형, 거래 상품 등 다양한 측면에서 너무나 상이하기 때문에, 글로벌 서킷 브레이커 조항에 모두 동의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가장 규모가 큰 파생상품 거래소 중 하나인 중국의 후오비가 최근에 ‘서킷 브레이커’라고 명명한 신규 기능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서킷 브레이커의 정의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특정 시점에 사용자의 포지션이 단번에 청산되는 것이 아니라 몇 차례에 나눠서 청산이 진행되도록 하는 단순한 메커니즘에 가깝죠.

대규모 청산에 대한 협의매매(RFQ)

일반적으로 청산은 무분별한 시장 내 매수/매도 주문에 의해 일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켓메이커는 얼마나 큰 규모의 청산이 일어날지 미리 알기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청산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마켓 메이커는 리스크를 헷징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스프레드를 넓히고, 이는 변동성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상황을 마주하는 대신, 거래소는 협의매매(RFQ)를 통해 담보물에 대한 프로그램 경매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기껏해야 수초 정도면 충분히 진행될 수 있죠.

이러한 프로그램 경매가 이뤄지게 되면 마켓메이커 별로 거래소 내 담보물의 규모에 따라 참여 능력이 제각기 달라질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능을 통해 불확실성은 줄일 수 있게되죠. 예를 들어, 3천만 달러어치의 이더리움에 대한 시가 주문을 넣는 것과 컴벌랜드, 갤럭시, 점프와 같은 전문 트레이딩 데스크에 3천만 달러어치 이더리움에 대한 호가를 요청하는 이 두가지 경우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후자의 경우, 전문 트레이딩 데스크들이 전세계 거래소 어디에서나 유동성을 조절하는 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시장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프로그램식 RFQ 모델로의 전향은 청산에 있어서도 아마 후자의 결과와 비슷한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기술 업그레이드의 적용

암호자산 업계에서 가장 똑똑하다라 꼽히는 이들은 암호자산이 주변부 시장에서 주류 자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가 더 높은 처리량 및 더 낮은 레이턴시를 가져야만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갖기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법이 존재하지만, 각 접근별로 포기할 점들 역시 있죠. 각 접근별로 시장 변동성이 높아져 거래소 간 자본이 빠르게 움직여야하는 ‘단일방향성'의 시기에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 여기서 ‘단일방향성'이란 자본이 가장 가격 편차가 큰 개별 거래소로 흘러가지만 이후 빠르게 반대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은 낮음을 의미합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

라이트닝 네트워크(LN)의 문제점은 거래에 앞서 채널 내 양 당사자 모두 완전히 담보를 갖춰야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pre-filling은 자본 집약적이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정말 해결할 수 있는지도 불확실합니다. 3월 12일 이루어진 BTC 총 거래량 중 거래소 간 거래가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는지 측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이들은 총 거래량 중 15-30%가 트레이더들이 거래소 간 자산을 움직인 내역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장 붕괴가 일어난 날은 평상시보다 더 많은 거래량이 발생할 수 밖에 없겠죠. 3월 12일 온체인 상으로 750,000 BTC가 이동하였습니다. 10개의 주요 거래소를 기준으로 매도/매수 양방향으로 담보되어야 하는 채널이 약 100개라는 점을 한 번 생각해봅시다. 거래소가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활용할 경제적 이유가 있을까요? 몇만 또는 몇십만 BTC를 사전 자금 채널에 미리 보내야할 이유를 찾기는 힘듭니다. 특히, 이 채널 중 99.9%가 불필요하다면 말이죠.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첫 몇 번의 차익거래를 가속화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 차익 거래인들은 채널 내 가용한 유동성을 빠르게 소진하게 될 것입니다.

사이드체인

사이드체인은 이론적으로 처리량 및 레이턴시 문제를 몯두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2014년부터 논의가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의미한 결과ㅏ물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약 1년 전, 블록스트림은 Liquid 사이드체인을 출시했지만 현재 해당 사이드체인에 담긴 비트코인은 1,000 BTC 미만이며 하루 거래량이 1천 건도 되지 않습니다. 물론 몇몇 거래소는 Liquid 사이드체인을 통합하기도 했지만, 주요 거래소라 할 수 있는 코인베이스, 크라켄, 바이낸스, FTX는 이 사이드체인을 차용하지 않았습니다.

거래소들이 Liquid 체인을 지원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상호 신뢰성의 부족이 문제일 겁니다.

비트코인 스크립트가 가진 내재적 한계 때문에, 사실 신뢰최소화된 사이드체인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이러한 신뢰최소화 대신 Liquid의 경우 11/15 멀티시그를 채택하였습니다. 다중서명 주체 중 11개를 일반적으로 거래소로 선정하는데, 거래소들이 서로를 믿지 못한다는 신뢰의 문제가 발생하죠.

상호신뢰 부족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요? 극단적인 변동성과 시장 혼란의 시기가 오면, 다중서명의 주체 중 11개 거래소가 공모하여 다른 거래소가 보유한 BTC를 뺏어오는 것이 시장 논리에 더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거래소 업계가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지 그리고 단일 사법권의 영향권 아래에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상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었을 때 피해자(들)이 피해에 대한 회복 청구 역시 상당히 어려울 것임이 명약관화합니다.

비트코인을 위한 신뢰최소화된 사이드체인을 개발하기 전까지 저는 많은 이들이 채택할 사이드체인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자세를 견지할 것입니다. 또한, 이론적으로 Keep의 tBTC를 이더리움 생태계 내 존재하는 뛰어난 확장성 솔루션과 함께 사용하는 것 역시 가능하겠지만, 이 역시 여러 기술 리스크를 야기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tBTC가 레이턴시가 낮은 Skale 체인 상에 존재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Keep의 tBTC에 대한 기술적 리스크 뿐만 아니라 Skale이 야기할 수 있는 기술적 리스크 역시 감안하여야 합니다. 반면, 기존의 비트코인 거래는 추가적으로 야기되는 기술적 리스크는 없죠. 라이트닝 네트워크에 대한 거래소들의 도입 고려자체도 매우 더딘 상황에서 이렇게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거래소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등장할 것 같지 않습니다.

소소한 개선사항

업계 내에서 여러 소소한 개선사항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배칭 거래(batching)가 하나의 개선 사례이고, Schnorr 서명과 Taproot와 같이 곧 적용될 개선사항도 있죠. 하지만 변동성이 큰 시기가 되면 배칭 거래는 트레이더들이 즉각 인출을 원하기 때문에 사실 큰 의미가 없습니다. 동일한 이유로 Schnorr 서명과 Taproot 역시 큰 효과가 없다고 할 수 있죠.

지금까지 비트코인에 대한 확장성에 대해 다루어보았는데요. 이제 이더리움을 비롯한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샤딩

이론적으로 샤딩은 무한으로 확장이 가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샤딩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샤드 간 거래가 이루어질 때 각 샤드마다 한 개의 거래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크로스 샤드로 처리되는 거래가 100%에 가까워질수록, 시스템 전체의 글로벌 처리량은 샤드 하나의 총 처리량에 근접해집니다. 그리고 크로스 샤드 거래는 레이턴시를 상승시키는데, 이러한 특징들은 여러 문제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만약 모든 거래소가 크로스 샤드 거래를 피하기 위해 단일 샤드를 활용한다면, 지금 상황과 별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모든 거래소가 다른 샤드를 사용한다면, 거래 대부분이 크로스 샤딩으로 처리되어 샤딩 자체의 장점을 가리게 됩니다.

비현실적이지만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각 거래소가 100개의 상이한 샤드에 트레이더들이 보유한 예금액의 최대 1%를 배치하고, 트레이더가 자산을 순환시킬 때 거래소는 트레이더로 하여금 동일 샤드 내 주소에 예금을 배치토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거래소 간 직접적인 경쟁 관계를 감안할 때, 라이트닝 네트워크나 Liquid 사이드체인보다 훨씬 더 긴밀한 조율을 필요로 하는 이러한 시스템이 과연 작동할지. 저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현실적인 결과물은 모든 거래소가 다른 샤드를 사용하거나 모든 거래소가 협업하는 두 가지 시나리오 그 중간 어디쯤일 것입니다. 그러나 각 시나리오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지, 그리고 후속 결과로 나타나는 2차 및 3차 결과물이 무엇일지가 불분명합니다. 샤딩이 실시되고 몇 년은 지나야 위의 흐름을 제대로 관념화하고, 최적화 가능여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정말 가능하다면, “어떻게” 할지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구요.

디파이의 성장으로 인해 샤딩의 지지자들이 마주해야할 도전과제는 한층 더 어려워졌습니다. Uniswap, Stableswap, Shell Protocol, FutureSwap 등의 프로토콜이 보유한 유동성 풀이 커짐에 따라 낮은 처리량을 감수하고 단일 샤드에 중앙화하거나, 각 유동성 풀의 규모가 작아지는 것을 감수하고 다수의 샤드에 나누어 탈중앙화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Compound나 Lendf.me와 같은 프로토콜에도 동일하게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유동성 풀이 파편화되고 유저들의 거래 UX가 악화된다면 샤딩의 실질적인 이점이 무엇인지 다시금 고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사용자가 기존 체계 내에서는 단일 거래로 처리할 수 있었는데 다수의 샤드를 통해 여러 거래를 해야한다면 말이죠.

이러한 샤딩 프레임워크가 코스모스의 Zones와 폴카닷의 Parachains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옵티미스틱 롤업(OR)

Vanilla OR 디자인은 이더리움 레이어-1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처리량(쓰루풋)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지연율(레이턴시)은 해결하지 못합니다.

나아가 총 처리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모든 거래소가 단일 OR 체인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 동의해야 합니다. 각 거래소별로 독립 OR 체인을 운영한다면, 모든 거래가 크로스 샤드 거래로 처리되는 것과 유사한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왜냐하면 트레이더가 하나의 OR 체인에서 자금을 인출해 다른 체인으로 보내야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상이한 OR 체인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련는 마켓메이커(MM)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MM으로 하여금 복수의 OR 체인에 동일한 거래를 일으켜야함을 뜻하며, OR 별로 1-2주에 가까운 출금 딜레이가 있다는 점에서 결국 높은 자본 비용을 지불하게끔 합니다. MM이 높은 자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결국 가격 형성에 있어서 스프레드를 촘촘히 제공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죠. 특히 MM은 ETH-USD 가격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길 원하지 않는 특성상 ETH를 차용하여 유동성을 공급할 것입니다.

물론 추가 개선점이 적용된 vanilla OR 시스템의 변형 버전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Skale의 BLS roll up을 사용하면 지연시간이 최대 1초로 줄어듭니다. Matter Labs의 zk sync를 활용하면 트레이더는 즉각적인 OR 체인 상 거래에 대한 암호학적 컨펌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거래는 추후에 메인 체인에 담기게 되죠. 그러나 이러한 솔루션들조차 샤드 간 연결이나 OR 체인 간의 연결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모든 거래소가 동일한 OR 디자인 프레임워크 사용에 동의하지 않는 이상 본 접근법이 핵심 문제를 해결하기엔 힘들다고 판단됩니다. 샤딩 섹션 초기에서 언급한바대로 저는 거래소들 간의 협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레이어-1 확장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델의 매력은 앱 개발자들로 하여금 단일의 고차원적인 추상화를 접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앱들이 읽고 쓸 수 있는 단일 데이터베이스에 불과합니다. 즉, 앱 개발자들은 앱의 채널, 신규 유동성 제한, 신규 신뢰 모델, 추가적인 지연 문제 등과 같은 추상화 단계의 문제점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단일 데이터베이스에서 제공되는 데이터를 읽고 쓰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실 기존의 웹 2.0 개발자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매우 간단한 추상화입니다.

솔라나는 현재 유일하게 확장성에 초점을 맞추어 수천개의 검증인이 활동하는 새로운 레이어-1 체인을 만들고 있는 팀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솔라나의 체인은 50,000 tps의 거래 처리 속도와 400ms 블록타임을 자랑합니다.

솔라나가 직면한 문제는 기술적이라기보다는 사회적인 차원의 것입니다. 신규 플레이어인만큼 암호자산 커뮤니티의 신뢰를 얻는 것과 자신을 증명하는 데에 몇 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물론 현존하는 거래소와 디파이 프로토콜 역시 레이어-1 체인을 솔라나로 바꾸는 것을 머뭇거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3월 12일의 사례처럼 현존하는 레이어-1 네트워크가 처리량 과부하에 계속해서 신음한다면 점차 이야기는 달라질 것입니다. 특히 저는 블록체인 업계에서 웹 스케일 구축을 생각하는 개발자들이라면 고성능의 기타 체인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론

블록체인을 확장시킨다는 것은 여러 차원에서 어려운 도전과제입니다. 다양한 시장 및 기술적 접근법이 있는만큼, 그 접근법들 모두 희생해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수년간 회자되어왔던 이론적인 접근법에 대해서는 점점 회의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대신 프라임 브로커리지 같은 시장 인프라 혹은 OR이나 신규 레이어-1 프로토콜 같은 방법을 통한 확장법에 더 초점을 맞추어 바라보고 있습니다.

암호자산 시장의 주요 구조적 문제들이 근시일 내에 시장 구조 개편이나 기술적인 변화를 통해 해결되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3월 12일 같은 붕괴는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충격이 컸기 때문입니다. 시장 내 레버리지를 너무나 대규모로 그리고 빠르게 없애버린 이번 붕괴로 인해 시스템 내에 레버리지 자체가 적어졌습니다. 그래서 청산이나 시장 혼란의 위험성 자체가 줄어들었죠.

그러나 이번 2부작 포스트를 통해 다룬 문제들이 온전하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3월 12일과 같은 시장 붕괴는 반복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암호자산 시장이 가진 관성은 강력하고, 시장 구조의 복잡성 역시 나날이 더해가고 있습니다. 변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죠. 하지만 현 시장의 참가자들 모두 시스템의 한계를 정확하게 잘 알고 있습니다. 3월 12일처럼 엄청난 충격이 가해지면 시스템이 부서질 수 있다는 한계점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참가자들 모두 더 나은 대안이 가능해질 때마다 이를 선택함으로써 시장 구조를 더 건강한 방향으로 견인해나갈 것입니다.

고지사항: 멀티코인 캐피털은 타고미, 스케일, 솔라나, 그리고 킵의 투자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