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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2일, 암호자산 시장이 붕괴한 날 (파트 1)

작성자 Kyle Samani
March 17, 2020 | 11 minute read

편집자 주: 본 포스트는 2부로 구성된 시리즈의 파트 1입니다. 파트 1에서 다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파트 2에서 소개됩니다.

3 월 12일, 암호화폐 시장에서 약 13시간 간격으로 크게 두 번의 하락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미국 시간으로 아침 일찍, 두 번째는 저녁이었습니다. 첫 번째 하락(25%까지 하락)은 빠르게 일어났고, 규모 대비 상대적으로 질서정연한 하락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가파른 하락은 시장 구조를 무너뜨렸습니다. 이러한 구조 붕괴로 인해 비트코인은 몇 분 간 4,000달러 이하로 추락하여 7년 만에 하루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시장 구조가 온전했더라면, BTC가 4,000달러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본 에세이의 파트 1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룰 것입니다.

  1.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2. 왜 이러한 사태가 일어났는지

추후 업로드 예정인 파트 2에서는 이하 내용을 다룰 것입니다.

  1. 근본적인 문제점들에 대한 잠재적인 해결방안
  2. 왜 이러한 폭락이 단기적으로는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인지
  3. 왜 이러한 폭락이 중기적으로는 다시 일어날 수 있는지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현 상태로는 글로벌 규모로 운영될 수 없습니다. 위기 상황이 닥치면 이 네트워크들은 매우 혼잡해지면서 차익거래자들의 입장에서 다양한 거래소의 가격을 통제할 수 없어집니다. 이로 인해 특정 개별 거래소에서 대규모 이탈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개별 거래소(비트멕스)에서의 대규모 이탈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15~30분간 4,000달러 이하로 떨어졌는데, 이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현상입니다.

암호자산 시장 구조

왜 시장 붕괴가 일어났는지 이해하려면 현재 암호자산 시장 구조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암호자산 시장 구조는 대부분의 자산에 대한 거래가 단일 채널에서 이루어지는 주식 시장의 구조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암호자산 시장과 더 유사한 시장은 외환시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암호자산 시장 구조의 고유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거래 채널이 매우 다양합니다. 주요 거래소로는 비트멕스, 바이낸스, 후오비, OKEx, FTX, 데리빗, 코인베이스, 비트파이넥스, LMAX, 크라켄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바이비트, 비트멕스, 비트포렉스, 잇빗, 비트스탬프 같은 중소형 거래소(이들 중 상당수에서 3월 12일 10억 달러 이상이 거래됨)도 상당합니다. 또한, 거래소 외에도 메이커다오, 컴파운드, Lendf.me, Synthetix, 유니스왑, IDEX, dYdX 등으로 이루어진 디파이 생태계도 존재합니다.

  2. 파생상품 거래소는 ‘perps’라고도 알려진 무기한 계약(perpetual swap contracts)을 통해 최대 125배의 레버리지를 제공합니다. 이렇게 큰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참여자들은 소수이며, 대부분 10~50배의 레버리지를 사용합니다. 레버리지가 시스템에 입출력되는 속도는 매우 빠르며, 청산 역시 기타 자산 시장에 비해 자주 일어납니다.

  3. 거래소마다 시장 메커니즘이 상이합니다. 거래소들은 각기 다른 상품(현물, 선물, 무기한 계약, 옵션)을 제공하며, 각 상품에 대해 허용하는 담보도 천차만별입니다. 뿐만 아니라, 청산 방식 및 유동성 측정법, 그리고 개별상품에 대한 유동성 역시 거래소마다 매우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1) 바이낸스는 독보적인 현물거래 거래소이자 파생상품 상위 5개 거래소 중 하나이면서, 수십 개의 자산에 대한 무기한 계약을 제공합니다. 또한, 바이낸스는 BTC 선물 및 무기한 계약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담보를 인정하지만, ETH에 대해서는 USDT만 인정합니다. 2) 비트멕스는 선물과 무기한 계약을 통해 8가지 자산을 거래하지만, BTC만 담보로 인정합니다. 3) FTX는 가장 다양한 상품군(현물, 선물, 무기한 계약, 옵션)과 담보 옵션을 제공합니다. 4) 데리빗은 옵션 트레이딩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이며, 선물과 무기한 계약 부문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4. 트레이더들은 거래소간 교차마진 거래를 할 수 없으며, 아직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할만큼 충분한 자본을 가진 프라임 브로커가 없기도 합니다. 이는 역으로 자본의 효율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생태계 전반이 지불하는 자본비용을 증가시킵니다. 또, 대다수 거래소가 아직 롱 포지션과 숏 포지션을 상계시키지 못하는 것 역시 해당 문제를 심화시킵니다.

  5. 몇몇 시장 참여자들은 자산의 가치를 계산함에 있어서 다른 기준을 적용하여 표시하기 때문에 트레이딩이나 리스크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은 자산을 USD를 기준으로 계산하지만, BTC 혹은 ETH 기준으로 계산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6. 전통적인 금융시장에서, 대부분의 유동 자산(예: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주식)은 담보로 인정됩니다. 그러나 암호자산 시장에서는 대부분 USD, BTC, ETH만이 담보로 인정됩니다. 이로 인해 대출자들이 상환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지션 청산 없이는 담보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는 베이시스 위험(basis risk - 선물가격과 현물가격의 차이인 베이시스가 이론적으로 예상되었던 변동폭과 다르게 변동하여 초래되는 리스크)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7. 사용자가 자금이나 자산을 예치할 때 거래소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거래소별 또는 자산별 적용되는 정책은 상이하지만, 자금 예치 내역을 포함한 거래가 담긴 한 블록이 컨펌되기까지는 평균 10분 정도가 소요되며, 한 시간 가량이 걸리기도 합니다. 3월12일처럼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많아지면, 트레이더의 거래내역을 담은 블록 자체가 순서에서 밀려 기존보다 더 오랜 시간 블록에 담기는 순서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8. 대부분의 가격 예시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디파이 프로토콜이 아닌 중앙화된 암호자산 거래소에서 일어납니다. 따라서, 디파이 내 반영되는 가격은 중앙화 거래소의 가격을 시차를 두고 따라갑니다. 차익거래자들은 이러한 거래소와 프로토콜 간 틈을 잘 활용하여 상당한 이익을 창출합니다.

  9. 대부분의 트레이더들은 하나 또는 소수의 거래소만을 이용합니다. 예를 들어: 1) 일부 미국 기반의 펀드는 코인베이스, 크라켄, CME, 백트에서만 거래하며 2) 대부분의 중국 개인투자자들은 주로 후오비에서 거래합니다. 3) KYC를 꺼려하는 이들은 비트멕스에서만 거래합니다. 4) 대다수의 트레이더들은 수준이 높지 않을뿐더러, 다수의 거래소를 활용하여 유동성을 확보하고 이득을 많이 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상기 모든 특징을 고려할 때 거래 채널 간 가격이 왜 상이한지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매매수수료와 가격 간 차이가 크게 나지 않으며, 스프레드 상으로는 보통 몇 bp 정도 수준에 불과합니다. 가격 차이가 크게 나게 되더라도, 유동성 공급자들과 차익거래자들이 이를 이용해 주요 거래소에서 차익 거래를 집행하여 이익을 얻고 스프레드 격차를 줄일 정도의 충분한 자본을 가지고 있지요.

그러나 변동성이 높아지면 몇 가지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합니다. 1. 청산이 가속화됩니다. 일부 트레이더는 최대 125배의 레버리지를 활용하지만, 대부분이 활용하는 거래소 레버리지는 25~30배입니다. 25배 레버리지인 상황을 감안 시, 최대 3% 수준의 가격 변동이 일어나는 경우 포지션이 청산됩니다. 이는 거래소가 청산이 일어나는 중 잠재적인 하락을 대비하는 버퍼를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청산을 피하려면, 거래자는 더 많은 담보물을 제공해야 합니다. 2. 담보물 한도액에 대한 기준이 거래소별로 상이하기 때문에 청산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면서 가격 역시 거래소별로 달라지게 됩니다. 3. 차익 거래자들은 본인들이 이용하는 여러 거래소에서 생기는 가격차이에 일일히 대응할만한 충분한 자본이 없기 때문에 보유한 자산(주로 BTC, ETH, USDT가 해당되며, 종종 USDC도 포함됩니다)을 이동시켜 거래소 간 가격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윤을 얻고자 합니다.

여러 자산을 한 번에 이동시키려는 움직임이 발생하면서 비트코인 블록에 담기려는 수요와 이더리움 가스에 대한 수요가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이로 인해 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대다수의 거래내역이 적게는 몇 분 그리고 길게는 몇 시간 가량 블록에 담기지 않게 됩니다.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채굴자들은 지불하는 전기비보다 채굴 수익이 적은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채굴자들이 채굴기를 끄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악화가 됩니다. 작동하는 채굴기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신규 블록 생성이 지연되고 발생하면 채굴 수익(암호화폐로 표시)이 전기 비용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채굴자들이 기계를 끄기 시작합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블록 생성 속도가 느려지면서 지연시간이 증가하고 총 처리량이 줄어드니까요.

3 월 12 일에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암호자산 시장의 첫 하락은 글로벌 주식시장의 매도세가 거세게 지속되면서 리스크 조절을 하려는 투자자들이 주요 원인이라 예상됩니다. 이어서 발생한 두 번째 하락은 담보물을 청산하려는 대출을 해준 이들이 시발점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청산되는 담보물은 첫 번째 하락으로 인해 상환능력을 잃은 이들이 맡긴 것이었죠. 최초 대하락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일부 채굴자들이 채굴기의 작동을 멈추긴 했지만, 대부분은 두 번째 하락 때 채굴기 작동을 멈췄습니다.

그러자 시장 구조 붕괴가 일어났습니다.

비트멕스는 BTC만을 담보물로 인정합니다. 이로 인해 비트멕스 내 모든 BTC-perp 롱 상품은 레버리지를 이용해야만 한다는 조건이 붙게되죠.예를 들어, 어떤 트레이더가 비트멕스에서 BTC-USD 페어에 대해 롱 포지션을 잡았다고 가정해봅시다. BTC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트레이더는 해당 거래에 대한 손실을 보면서 동시에 BTC 담보 가치 하락 역시 떠안게 됩니다. 이는 비트멕스 내 유동성 제공자에게 리스크를 안기게 됩니다. 시장이 하루에 30% 이상의 등락폭을 보이게되면, 상대적으로 높은 레버리지를 이용하지 않은 트레이더들조차도 청산을 당하게 됩니다. 마켓메이커(MM)들은 이 생리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 공급량을 줄이게 됩니다. 하락장에서 이는 떨어지는 속도의 가속화를 불러일으킵니다.

담보 청산으로 인한 현물 가격 하락이 일어남에 따라 파생상품 가격 역시 하락했습니다. 이에 비트멕스는 레버리지된 롱 포지션들에 대한 청산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청산은 가격하락과 함께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 하락의 규모는 마켓메이커들로 하여금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유동성 공급을 아예 멈추게끔 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비트멕스와 코인베이스 거래소들 간 스프레드가 때로는 500 달러 이상 벌어지기도 했죠. 이런 상황이다보니 유동성 공급자들은 비트멕스에서 벌어지는 연쇄 청산을 막기 위한 롱 포지션을 취하는 것을 피해버렸습니다.

Bitmex Cumulative Long Liquidation Value

출처: Skew

설상가상으로 비트코인 네트워크 역시 혼란 그 자체였죠. 채굴자들이 채굴기의 전원을 내려버리면서 블록 생성이 느려진 것이 상황을 한층 더 악화시켰습니다. 거래소간 가격 차이가 커지는 것을 알면서도 차익거래자들이 비트멕스로 BTC를 예치하는 것이 불가해진 것이었죠.

특정 시점에는 전체 비트멕스 장부에 주문액은 2천만 달러만이 남아있는데, 청산할 롱 포지션이 2억 달러 이상 남아있기도 했습니다. 만약 비트멕스 측에서 ‘유지보수’를 하지 않았다면 BTC 가격이 잠깐이라도 0에 수렴하게 추락할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암호자산 시장 내 비트멕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했을 때, 이렇게 충격적인 가격 변동이 일어났다면 기타 모든 BTC를 거래하는 플랫폼 모두 그 충격파를 벗어나지 못했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디파이의 실패

차익거래인들이 비트멕스에 자본을 예치하지 못하는 상황과 비트멕스의 미흡한 대처로 인해 비트멕스 플랫폼이 붕괴하는 동안 디파이 생태계 역시 처절한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메이커다오는 디파이 프로토콜의 대표주자이며, 나머지 디파이 플레이어들의 대부분은 이 메이커다오를 기반으로 구축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메이커다오가 사실 3월 12일 완전히 붕괴될 뻔했고, 일련의 사태가 실제로 일어났다면 붕괴될 수도 있었습니다. 실제 메이커다오는 두 번의 뼈아픈 실패를 겪었는데, 대중은 이 중 한 건에 대해서만 인지하는 것 같습니다. 우선 첫 번째 하락이

첫 번째 하락으로 인해, 일부 메이커의 볼트(이전에는 부채담보부포지션인 CDP로 불림)의 담보물 가치가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메이커 팀이 만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Keeper를 운영하는 이들이 담보물 가치가 하락한 볼트를 청산하려는 시도를 했죠. 하지만 Keeper 소프트웨어는 네트워크 혼잡도에 대응하여 가스 가격에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기능을 갖추지 않았기에, 채굴자들은 Keeper 측의 청산 거래를 블록에 담지 않게되었죠. 즉, 가스비를 맞추지 못해 블록에 담기지 못한 것입니다.

결국 메이커다오 프로토콜에서는 그 누구도 담보 경매에 입찰하지 않았죠.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자 어떤 이는 가스 가격을 올리기만해도 유일한 경매 참여자가 될 수 있고 운이 좋다면 0달러만으로도 입찰할 수 있음을 알아챘습니다. 실제로 8백만 달러 규모의 이더리움 담보물을 0달러 입찰로 취득하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렇게 프로토콜의 허점을 노린 입찰로 인해 담보물이 사라진 볼트 소유주들은 이 상황에 법적 조치를 취할 그 어떠한 방책도 없었죠.

또한, Keeper는 담보 풀에 다시 기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메이커 시스템은 초과 담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자본은 부족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즉, 메이커 프로토콜 내에 모든 미결제 DAI를 상환할 ETH와 BAT 담보가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설정된 리스크 목표에 미달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메이커다오의 두 번째 실패가 수반하는 더 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인 논의는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Keeper 소프트웨어와 마찬가지로 메이커의 오라클을 구동시키는 소프트웨어 역시 고도로 혼잡한 네트워크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설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다수의 오라클은 메이커의 스마트 컨트랙트에 가격을 보내는 행위를 멈춰버렸습니다.

MKR 보유자는 시스템의 리스크 파라미터에 대해서 투표하고, 오라클은 가격을 보고함으로써 리스크 파라미터 상 설정된 규칙을 실행합니다. 그러나 가격을 정확히 보고하지 못하면서 오라클은 MKR 보유자들이 과도한 리스크를 감수하도록 만들었습니다.

12일, 미 중부 표준시 7시 경, ETH 가격이 88달러까지 하락하였습니다. 많은 볼트들이 100달러 가량에서 청산되도록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청산이 실제로 실행되었죠. 트레이더들은 100달러라는 숫자가 다른 투자자들의 강력한 심리적 지지를 유도한다는 근거로 볼트의 청산 기준을 의도적으로 100달러로 설정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메이커의 오라클은 ETH-USD 가격이 100달러 이하로 떨어졌는데도 ETH-USD 가격에 대해 업데이트하지 않았습니다.

오라클들이 단순히 가스 수수료를 올리지 않았는지 아니면 시스템을 살려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격을 업데이트하지 않았는지 여부는 사실 불투명합니다. 그러나 만약 오라클이 가격을 정확하게 보고했다면 100달러로 설정되어있던 모든 볼트들은 청산되었을 것이며, 이로 인해 ETH 가격은 더 큰 폭으로 하락했을 것입니다. ETH가 100달러 이하로 떨어지자, 많은 마켓메이커들은 시장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며 유동성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수백만 달러 어치의 매도가 집행되었다면 ETH는 50달러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더 무서운 사실은 상황이 훨씬 악화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1. 메이커가 상환불능 상태가 되어 DAI가 페깅된 가격 이하로 하락할 수 있었습니다.
  2. DAI가 컴파운드나 Lendf.me 같은 타 프로토콜의 대출 담보물로 사용되는데, DAI 가격이 하락하면 이 프로토콜을 통해 대출을 한 이들의 담보가 청산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3. DAI 외에도 수많은 ERC-20 토큰들이 컴파운드나 Lendf.me 같은 프로토콜에서 담보물로 쓰이고 있는데요. ERC-20 토큰들은 보통 ETH 가격과 높은 상관관계를 갖기 때문에 ETH 가격이 하락하면 동반으로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가격하락은 타 대출 프로토콜에서의 더 많은 청산을 야기하여 디파이 전체로 그 여파가 퍼져나갔을 것입니다.
  4. MKR 가격은 향후 MKR 경매로 시스템을 다시 재생할 수 없을 수준으로 떨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 디파이 시장의 전체 파이는 중앙화된 암호자산 시장 대비 1%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암호자산 시장은 전체 금융시장에서 개미손톱만한 규모이구요. 그런데 만약 3월 12일 벌어진 사태가 디파이 상에 더 많은 자본, 사람, 거래가 포함된 상태였다면 얼마나 큰 재앙이었을지 정말 끔찍합니다.

자사가 Crypto Mega Theses를 통해 밝혔던 디파이가 가진 잠재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그 믿음은 굳건합니다. 다만, 디파이가 가야할 길은 너무나도 멉니다. 3월 12일은 디파이 생태계가 여전히 얼마나 초기에 있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알려주었습니다. 동시에 우리가 이 초기 시장에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보여주기도 하죠.

결론

이번 가격 폭락 사태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암호자산 시장 인프라가 아직 많이 미숙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점은 동시에 투자 기회 역시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비트멕스와 같은 거래소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명백하지만, 이들은 적어도 수많은 기술적 문제 중 이번 사태를 거쳐 청산 엔진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하락장에서 비트멕스가 온전하게 운영되었다고 하더라도 암호자산 시장은 아마 유사한 문제점을 겪었을 것입니다. 현재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상태는 글로벌 차원의 자본시장 활동을 지원하기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본 에세이의 2부에서는 잠재적인 해결책에 대해서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고지사항: 멀티코인 캐피털은 BTC, ETH, DAI, USDT 및 USDC를 보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