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확보(Value Capture) 관점에서 바라본 레이어-1과 레이어-2 프로토콜

작성자 Kyle Samani

March 14, 2019 | 8 Minute Read

암호자산 개발과 투자에 관심이 많은 커뮤니티 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단어는 단연 ‘프로토콜’입니다.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누구나 프로토콜을 구축하고 있을 뿐더러 투자자와 직원들의 입장에서 이러한 프로토콜들은 수익을 얻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프로토콜은 유형의 사물이 아닙니다. 추상적인 개념으로, 일련의 규칙들을 말합니다. 프로토콜의 정의를 놓고 보면 사실 프로토콜에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투자 대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실제로 암호자산 투자자들은 프로토콜이 아니라 특정 프로토콜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희소 자산에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다만, 모든 프로토콜에서 발행되는 자산이 가치를 확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것은 가치가 있고 어떤 것은 없습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가치 확보(value capture) 관점에서 레이어-1과 레이어-2 프로토콜을 살펴보고, 각 레이어에 적합한 가치 확보 프레임워크를 제안해보려고 합니다.

레이어-1의 가치 확보

레이어-1 토큰의 존재 이유는 오직 하나입니다. 51% 공격으로부터 블록체인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이죠.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암호자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흔히 블록체인의 수가 수천 개 혹은 수백만 개에 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순정 이더민트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여러 소규모 체인처럼 같은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체인들도 있는 반면 솔라나, 디피니티, 알고랜드, 이더리움, 비트코인, 모네로 등등 고유한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체인 또한 존재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블록체인의 수는 정해져 있습니다. 13개의 블록체인이 51%공격에 노출된 적 있다는 사실이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합니다. 이는 비단 상대적으로 인기 없는 암호자산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더리움 클래식, 비트코인 골드, 그리고 버지(Verge) 역시 시가총액 기준 상위 20권 안에 들었을 당시 51%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와 같은 블록체인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근근이 연명 중이지만, 회복 가능성은 0%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사용자의 입장에서 51% 공격을 받지 않은 블록체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51% 공격에 노출된 적 있는 블록체인에 자신들의 부를 저장할 타당한 이유가 있을까요?

비트코인을 가능케 한 돌파구는 기술도, 암호법도, 분산 시스템도 아닙니다. 바로 게임 이론입니다. 그 핵심이 작업증명(POW) 합의 알고리즘인데, 채굴자는 원장을 보관하는 대신 새롭게 채굴된 비트코인으로 보상 받게 됩니다. 또한, 비트코인의 가치를 손에 넣으려는 각각의 채굴자가 네트워크의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보상 체계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보안성을 비교하는 지표로 51% 공격에 소요되는 비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51% 공격을 실행하기 위해 공격자는 해당 블록체인의 보안 예산을 뛰어넘는 돈을 써야 합니다. 보안 예산을 달러로 계산하는 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보안 예산 = 네트워크 총 가치 x 인플레이션율 + 거래 수수료

위 공식으로 계산한 값은 네트워크 보안을 위한 최대 비용이 아니라 최소 비용입니다. 게다가 POW에 기반한 코인 채굴 전용 ASIC 시장의 공급 제약으로 인해 51% 공격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쉬운 계산을 위해 비트코인의 시가 총액이 1천억 달러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현재 비트코인의 인플레이션이 매년 4% 정도입니다. 거래 수수료는 아예 0이라고 생각해보죠. 실제로도 채굴자들의 수익 거의 대부분이 거래 수수료가 아닌 인플레이션에서 발생됩니다. 위 공식에 대입해서 계산해보면, 돈을 벌고자 하는 정직한 채굴자의 경우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 적어도 일 년에 4천억 달러(1천억 달러 x 4%)를 써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따라서 비트코인의 보안 예산 역시 연간 4천억 달러가 됩니다.

위 예시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듯이 보안은 결국 네트워크의 총 가치에 의해 결정됩니다. 주요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0%나 1%, 또는 2%의 인플레이션은 충분히 타당하지만, 연간 인플레이션이 5%를 웃도는 국경없는 글로벌 화폐가 사람들의 장기적인 선택을 받을 일을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보안은 결국 네트워크의 가치로 귀결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네트워크 효과가 일어납니다. 블록체인의 가치가 클수록 보안도 더욱 강화되는 것이죠. 나아가 네트워크의 보안이 탄탄할수록, 다음 한계사용자는 큰 고민없이 해당 블록체인에 부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블록체인이 존재하는 시장이 그 균형을 중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결국 몇 안 되는 네트워크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가치 또는 보안에 있어 1위도, 2위도 아닌7위에 해당하는 블록체인을 선택하는 사용자가 얼마나 될까요?

작업증명 시스템과 지분증명 시스템 사이의 이러한 본질적인 차이점을 고려해 볼 때, 적어도 얼마간은 몇몇 블록체인이 시장에 존재할 것입니다. 고유의 합의 알고리즘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이러한 예측이 가능합니다. 아직 시스템 초기 단계인 현재로서는 하나의 합의 알고리즘에 올인하는 것은 분명 시기상조입니다.

상호운용이 가능한 블록체인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습니다. 코스모스(ATOM)나 폴카닷(DOT)처럼 상호운용이 가능한 블록체인은 어떨까요? 두 블록체인 모두 다른 블록체인 간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사용자에게 청구합니다. 폴카닷의 경우 네트워크에 종속된 파라체인(parachain)에 합의 보안성을 보장하는 대신 수수료를 받습니다.

때문에 코스모스와 폴카닷은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이고, 현금흐름에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각 사의 네이티브 토큰(각 블록체인에서 발행되는 고유 토큰)이 각각의 생태계 내에서 화폐로 통용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멀티코인 역시 ATOM과 DOT가 화폐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세 가지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 상호운용이 가능한 블록체인의 고유 토큰이 화폐로 쓰일 가능성은 적습니다. 둘째로 이러한 블록체인의 유일한 목적은 51% 공격을 피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네이티브 토큰이 목표로 삼을 수 있는 최대 시장은 국경없는 글로벌 화폐 시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자들의 다양한 시도와 각 레이어의 트레이드 오프 분석 덕분에 Web3 스택이 더욱 다차원화되고 있는 만큼, 향후 몇 년 동안 코스모스와 폴카닷이 승승장구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레이어-2의 가치 확보

레이어-2 프로토콜은 외부 및 유의미한 정보(state)를 저장할 때만 가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보다 쉬운 이해를 위해 레이어-2 자산 중 몇 가지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0x 프로토콜은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 구축된 프로토콜 중에서 가장 많이 쓰입니다. 제삼자 없이도 두 당사자가 자유롭게 디지털 자산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합니다.

겉보기에는 0x 계약의 자산 거래 기능이 ZRX 토큰의 잔액 외에 별도의 정보를 저장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거래가 이루어지거나 이루어지지 않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거래가 처리되고 나면 0x 자산스왑 계약의 정보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실제 자산스왑 계약과는 별개로 0x 프로토콜은 사용자 선호 사항과 네트워크 레벨의 거버넌스에 대한 몇몇 외부 정보를 저장합니다. 이렇게 저장된 정보는 프로토콜 외부에 있기는 하지만, 유의미하거나 가치 있는 정보는 아닙니다. 즉, 측정 가능한 시장 가치가 없는 정보입니다.

0x 프로토콜이 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기는 합니다. 바로 거버넌스입니다. 코인 보유자 투표와 같은 프로토콜 외부 정보를 의도적으로 생성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용자들이 0x의 코어 프로토콜 위에 더 상위 단계의 프로토콜과 애플리케이션 구축할수록, 거버넌스 역시 더욱 흥미로워집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외부 프로토콜들이 0x 프로토콜에 의존하게 되거나 0x 프로토콜의 발전 방향에 따라 이익을 보게 된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거버넌스에 참여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최근 DDEX의 사례처럼 아예 포크해버리기도 합니다.

꽤나 흥미로운 가설이지만, 거버넌스의 근본적인 가치가 입증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합니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멀티코인의 입장은 회의적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BAT는 사실상 정보가 저장되지 않는 프로토콜입니다. 코어 프로토콜 자체가 BAT 보유자의 계좌 잔액 외에는 그 어떤 네트워크 관련 정보도 저장하지 않습니다. BAT는 독점적인 결제 화폐이기 때문에 새롭게 설계하지 않으면 결국 토큰 유통속도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BAT는 이더리움 네트워크 안에서는 정보를 저장하지 않는 프로토콜이지만, 이더리움 네트워크 밖으로 나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즉, 월 사용자가 5백만 명이 넘는 브레이브 브라우저만이 유일하게 BAT를 지원합니다. BAT의 지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 브레이브 입장에서는 이를 굳이 바꿀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이득입니다. 브레이브 사용자가 점점 더 늘어날수록, BAT의 프로토콜 외부의 정보 또한 늘어납니다. 이렇게 늘어난 프로토콜은 포크가 불가능하므로 BAT 역시 포크될 수 없습니다.

브레이브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개념만 본다면 BAT는 아무런 가치도 확보할 수 없습니다. 반면에 브레이브의 부단한 외재적 노력이 BAT에게는 큰 득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토큰 작동 방식에 변화가 없다면, BAT가 장기적으로 가치를 확보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은 엑스트라-프로토콜 스테이트 덕분에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거(Augur)는 두 종류의 유의미한 정보를 저장합니다. 첫 번째는 누가 봐도 명백합니다. 오픈 시장상의 모든 어거 계약 안에는 자본이 묶여있습니다. 누군가 어거를 포크하려고 해도, 오픈된 어거 시장 안에 잠겨 있는 ETH를 포크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어거가 저장하는 두 번째로 유의미한 정보는 좀 덜 명확하지만, 사실 장기적으로 보면 더욱 중요합니다. 어거는 검열저항성을 지닌 글로벌 예측 시장인 동시에 탈중앙화된 오라클입니다. 이 두 가지 기능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어거의 기본 개념은 매우 파격적이고 참신합니다. 비슷한 개념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죠. 그렇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아직 검증되지 않았으며 실패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됩니다. 시장이 성공적으로 정산될 때마다 시스템의 효과가 입증됩니다. 십 수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이 오가려면 어거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으리라는 예측 시장 참여자의 확신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모든 시장이 정직하게 정산될 때에만 이러한 확신이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어거를 포크해서 토큰 분배 방식을 바꾸려고 한다면, 시장 참여자들은 그 의도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오프 체인에서 발생되는 일들을 정직하게 보고하고자 하는 논리적인 시장 참여자가 가치를 판단한다는 것이 REP의 핵심입니다. REP를 포크하고 나아가 토큰 분배 방식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면, 먼저 경계 태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포크를 시도하려는 개인이나 팀, 또는 회사가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간주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어거 프로토콜을 살펴보면 미래에 대한 믿음이 생깁니다. 이토록 파격적인 분쟁 해결 시스템을 갖춘 플랫폼이 뚜렷한 효과를 거두기 전까지 많은 시장 참여자가 자본을 투입하지 않을 것입니다. 포크가 불가능한 유의미한 정보라는 사실이 REP의 방어력과 가치를 한층 더 향상시킵니다.

이제 라이브피어를 들여다 볼 차례입니다. 비디오 트랜스코더 네트워크를 움직이는 레이어-2 워크 토큰이죠. 본 포스팅에서 워크 토큰을 꼭 언급하고 싶었습니다. 암호자산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많은 사람들이 레이어-2의 워크 토큰(work token) 네트워크가 가치를 확보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반복합니다. 하지만 이는 틀린 말입니다.

라이브피어는 실시간 스트리밍 비디오를 탈중앙화 방식으로 트랜스코딩할 수 있도록 하는 네크워크입니다. 트랜스코더는 라이브피어 네크워크 내 작업 수행 권한을 얻기 위해 반드시 LPT를 구입해 스테이킹해야 합니다. 그에 대한 대가로 스트리머로부터 DAI나 USDC와 같은 스테이블코인 혹은 ETH를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LPT는 현금흐름할인(DCF) 방식을 적용한 현금흐름으로서의 가치를 지닙니다.

다른 레이어-2의 워크 토큰 네트워크와 마찬가지로 라이브피어 네트워크 내에서 작업하는 모든 이들은 체인상에 있는 레지스트리에 등록해야 합니다. 등록하기 위해서는 LPT를 스테이킹해야 합니다. 라이브피어 네트워크 내 작업 수요가 많을수록, LPT 보유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커지고 LPT 가격도 올라갑니다. 라이브피어의 트랜스코딩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많을수록, 정직한 트랜스코더들의 참여가 많아지고 전체 네트워크의 안정성도 향상됩니다. 누군가 라이브피어를 포크해 자신만의 토큰을 만든다고 해도 그 토큰의 가치는 LPT보다 훨씬 낮습니다. 라이브피어처럼 수요(스트리머)와 공급(트랜스코더) 참여자가 한데 모이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레이어-2의 워크 토큰의 목적은 악의적인 참여자로부터 네트워크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입니다. 레이어-1 네트워크와 마찬가지로 레이어-2에서 또한 자연스럽게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합니다.사용자 입장에서는 같은 비용에 규모도 크고 보안도 뛰어난 네트워크가 존재하는데 굳이 보안성이 낮은 포크 네트워크를 선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라이브피어 프로토콜은 사용자에게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네트워크에 비해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라이브피어 뿐만 아니라 Keep, The Graph, SKALE 등 모든 레이어-2 워크 토큰 네트워크는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로 인한 경제적 혜택을 누립니다.

마지막으로

암호자산 네트워크를 움직이는 모든 코드가 오픈 소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방어력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네트워크 효과 뿐입니다.

레이어-1 자산의 경우 저마다의 방법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지만, 블록체인 간 가격 변동은 결국 가치를 떨어뜨리므로 장기적으로 볼 때 통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레이어-2 자산은 51%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보유한 정보의 가치를 기반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합니다.

본 포스팅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Jesse WaldenDenis Nazarov에게 감사드립니다.

고지사항: 멀티코인 캐피탈은 이론 기반 헤지펀드로, 본 포스팅에 언급된 자산 중 일부를 보유하고 있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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