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DeFi 생태계가 성장함에 따라 저는 프로토콜 수준의 방어성과 마켓 사이즈에 대해 고민해왔습니다. 방어성에 대해서는 최근에 글을 쓴 적이 있고, 이번 포스팅에서는 후자인 마켓 사이즈에 초점을 맞춰보겠습니다.
지금부터 설명할 현재 이더리움의 DeFi 생태계에 제가 가진 가장 큰 우려는 단일 또는 여러 개의 ‘보이지 않는 점근선’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Eugene Wei가 정의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 점근선’은 성장을 저해하는 ‘투명한 천장’과 같습니다. 직접적으로 측정은 불가하지만, 반사실적 분석을 하게 되면 매우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죠.
본 포스팅에서 저는 CeFi(중앙화 금융)과 비교해서 현재 DeFi 체계가 갖출 수 있는 장단점에 대해 평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DeFi의 성장을 제한하는 보이지 않는 점근선들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디파이의 활용 사례
손실 없는 복권, 예측 시장, 스테이킹, 신원증명 등의 영역에서 DeFi는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오늘날의 DeFi 활용 방법을 분류해보면 크게 이하 세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 레버리지 획득 (Maker나 Compound에서의 차입, dYdX를 통한 마진 트레이딩 등)
- 트레이딩 (0x, Uniswap, Kyber, IDEX, dYdX 등)
- 합성자산 접근성 획득 (Synthetix, UMA 등)
위 세가지 활용 사례는 오늘날 DeFi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러한 각각의 오픈 파이낸스 프로토콜은 중앙 집중형 대안 솔루션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자, 이제 보이지 않는 점근선을 이해하기 위해, 각 사례의 기저에 존재하는 경쟁적 역학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레버리지 획득
대부분의 트레이더에게 있어서 레버리지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용한 레버리지의 수준 그리고 비용입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모두에서 CeFi가 DeFi보다 낫습니다.
- DeFi는 CeFi보다 더 낮은 레버리지를 제공합니다. 대부분의 DeFi 프로토콜은 Maker나 Compound처럼 완전 담보여서 레버리지가 2배(롤링된 경우 3배)로 제한됩니다.
dYdX처럼 2배 이상의 레버리지가 제공되는 경우에도, 15초의 블록타임이라는 속도 지연 문제로 인해 전체 레버리지가 제한됩니다. 속도 지연이 왜 최대 레버리지를 낮출까요? 15초 블록타임이란 요소에 추가적으로 변동성, 다단계 현금화 요소까지 고려하면 레버리지가 높은 상품을 제공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dYdX는 10배 레버리지의 BTC 무기한 스왑 상품을 런칭할 예정이지만, BitMEX에서 사용되는 평균 레버리지는 25배-30배 사이입니다.
CeFi는 차입 비용 면에서도 더 나은 모습을 보입니다. CeFi 기업은 차입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Silvergate와 같은 은행을 사용하여 신용을 확장하거나, 신용이 이미 있는 클라이언트에게 대규모 대출을 행하는 은행 내 데스크처럼 신탁 기반 담보 요구사항을 축소합니다. 그리고, Binance나 Coinbase에서 볼 수 있는 대출 서비스처럼 고객 예치금의 가용성을 활용하여 차입비용을 줄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DeFi 프로토콜이 더 낮은 차입 비용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들조차 대부분 구조적으로 제한이 걸려있습니다. 이론 상으로는 트레이더가 Compound의 cToken 거래를 통해 Binance나 Coinbase의 자체 장부가 소유한 장점을 효과적으로 따라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기초 자산과 cToken 간의 유동성을 단절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DeFi 프로토콜이 더 높은 레버리지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크립토 시장의 변동성과 이더리움이 가진 제약(15초 블록타임)을 고려해볼 때, 사실 어느 DeFi 플랫폼이건 10배 이상의 레버리지를 제공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렵습니다. 특히, 최근 벌어진 ‘검은 목요일’ 사태까지 생각한다면 말이죠.
반면, Skale 같은 레이어-2 솔루션은 최대 1초 블록타임을 제공합니다(Vanilla optimistic rollup architecture는 블록타임을 줄여 주지 않기 때문에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dYdX와 같은 DEX와 트레이더들이 Skale 등의 레이어-2 솔루션으로 처리 플랫폼을 옮겨갈지는 물론 아직 불투명하지만요.
DeFi 프로토콜이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출 금리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아마 어려울 것입니다. 분할 적립 대출을 통해 신용을 연장할 수 있는 은행이 크립토 시장에 진출하여 멀티코인 캐피털과 같은 펀드와 담보부 대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중앙화된 금융 기관이 제공하는 자본에 대한 비용은 향후 수년 안에 붕괴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에 비해, 디파이 프로토콜은 신탁 관계를 인수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높은 담보 비율을 요구하므로 자연스레 자본의 (기회)비용을 더욱 증가시킬 것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DeFi 프로토콜이 기존의 레버리지 공급 기업들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DeFi 프로토콜은 기존 자본 공급자가 제공하지 않는 마진으로 특정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해당 시장은 전체에 비해 극히 일부분일 뿐입니다. 절대 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은 레버리지의 비용과 가용성을 최적화하기를 원하며, 일반적으로 DeFi 프로토콜은 이 두 가지 측면에서 기존 자본 공급자와 경쟁할 수 없습니다.
이는 오늘날의 데이터를 분석하면 명확히 드러나는 사실입니다. 현재 크립토 생태계에서 대부분의 레버리지는 기존의 공급자들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출처: DeFi Pulse, Skew
물론, 모든 거래 활동이 신뢰할 수 있는 중립적인 단일 퍼블릭 DeFi 표준으로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몇주 전에 살펴보았던 단일 레이어-1과 같은 맥락이죠. 그러면, DeFi는 베이시스 리스크를 없애 모든 시장 참여자의 자본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근시일 내에 실현하기는 매우 어려운 시나리오입니다.
트레이딩
DeFi 프로토콜은 몇 가지 측면에서 CeFi보다 분명히 뒤쳐집니다. 이로 인해 DEX(탈중앙화 거래소)는 CEX(중앙화 거래소)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 오지 못하고 있죠.
- 속도 지연 및 확률 최종성. 이더리움은 지연율이 높은 확률 최종성만을 제공하는 나카모토 컨센서스 알고리즘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래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정확한 포지션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정확도가 떨어지다 보니 트레이딩에 임하면서 보수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예로 스프레드 값을 넓게 설정하기도 하죠. 보다 빠른 블록타임을 제공하는 솔루션이라면 이 문제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 채굴자 선행매매(front-running). 크립토 생태계의 성숙도가 높아지고, 온체인 상 거래가 늘어남에 따라 블록 생산자들은 채굴자 추출 가능 가치(MEV; miner extractable value)를 최대화하려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선행매매를 하게 되는데, 이는 유동성 공급자 입장에서 특히나 불리한 상황입니다.
- 교차마진 및 포지션 청산. 오늘날 Binance와 FTX 같은 거래소는 트레이더들이 다양한 상품에 대해 교차마진 포지션을 잡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품에는 콜 옵션 담보를 위한 롱 스왑 포지션 같은 상품도 있습니다. 제 예상으로는 내년부터 이러한 거래소들은 포지션 청산 역시 허용할 것입니다. 즉, ETH에 대한 숏 포지션을 통해 비트코인 상품에 대한 기간을 추가하는 형태의 오프셋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아마 이는 중앙화 거래소들의 트렌드가 될 것입니다. 탈중앙화 환경에서 교차마진 역시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탈중앙화된 트레이딩 플랫폼의 성숙도를 고려할 때 난이도가 엄청날 것으로 보입니다.
- 거래소 내 법정화폐 부족. 법정화폐를 크립토로 환전하는 탈중앙화 방식은 매우 난이도가 높습니다. 이 부분을 해결하려는 팀들은 있었지만, 아직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지 스테이블 코인은 탈중앙화 거래소를 사용하는 유저들을 위해 훌륭한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 처리량(쓰루풋). 트레이더들은 빠른 청산, 담보 재조정, 신규 거래를 원합니다. 이를 처리하는 연산은 높은 양의 가스를 요합니다.
DeFi 프로토콜이 지연율을 감소시키면서 보다 빠른 최종성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이더리움 메인넷을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근시일 내에 이 것이 성취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지연율이 낮은 레이어-1 솔루션인 솔라나 혹은 레이어-2 솔루션인 Skale과 함께라면 가능할 것입니다.
DeFi 프로토콜이 채굴자의 선행매매 위협을 완화할 수 있을까요? 레이어-1에서 몇 가지 이론적인 수준의 제안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지연율, 복잡성, 가스 비용 문제가 뒤따릅니다. 레이어-2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권한이 주어진 검증인만 있다면 가능합니다.
그리고, DeFi 프로토콜이 법정화폐 지원 부족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하면 가능합니다.
가까운 미래에 탈중앙화 거래소가 중앙화 거래소를 추월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속도 지연과 최종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교적 명확한 해결책이 있지만, 복잡한 거래를 진행하는 트레이더들은 1) 블록 생산자들이 자신들을 추월하길 원하지 않고, 2) 자본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포지션에 대한 교차마진과 포지션 청산을 자유롭게 수행하는 것을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를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거래 활동의 대부분은 기존 거래소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사실상 모든 가격예시는 CeFi 환경에서 일어납니다.
출처: CoinAPI, Bloxy
합성자산
합성자산을 거래하려면 거래소는 1) 담보액을 관리하고 승리자/패배자에게 지불을 가능하게 하는 메커니즘, 그리고 2) 신뢰도 높은 가격 오라클을 제공해야 합니다.
오늘날 기존 거래소들은 위 두 가지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담보액을 관리하고, 무기한 스왑 거래를 위한 중앙화된 가격 예측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FTX와 같은 거래소는 2020 미국 대선을 겨냥한 TRUMP와 BIDEN 계약 등의 합성거래상품을 만들어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론적으로 DeFi 프로토콜은 임의의 합성 계약을 촉진할 수는 있지만, 모든 DeFi 프로토콜이 내재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특성(자가 커스터디 및 비승인 가격 예측 - 하지만 장점이라기보다 단점이 될 수도 있으므로 지켜봐야 합니다) 이외에는 이렇다할 수행 능력 상 장점을 제공하지는 못합니다.
중앙화된 거래소는 합성자산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보유하므로 형태와 무관하게 어떤 거래소든지 시장 수요가 존재함을 입증할 수 있다면 공격적으로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합니다.
‘보이지 않는 점근선’을 넘어
이번 글에서도 가장 여러차례 지적한 제한 요소는 지연율이었습니다. 크립토 생태계는 굉장히 불안정해서 지연율이 매우 중요합니다. 불과 몇 초 사이에 가격이 몇백 베이시스 포인트 등락을 거듭하는 환경에서, 15초 블록타임과 나카모토 컨센서스가 결합되면 심각한 위험요소가 됩니다.
중앙화된 거래소는 나노세컨드 단위로 작동하는 반면, 탈중앙화 거래소는 약 10억 배 느린 초 단위로 작동합니다. DeFi가 앞으로 나노세컨드 시간 단위로 작동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시간의 흐름과 글로벌 상태 업데이트를 구분하여 제공하는 유일한 블록체인인 솔라나 등을 활용하면 DeFi 역시 마이크로세컨드 단위로 작동이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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