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레이어-1 블록체인이 쏟아져나옴에 따라 저는 이더리움이 가진 네트워크 효과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더리움 상에 올라와있는 디파이 프로토콜에 대한 공격 또는 급변하는 상황에 대한 방어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습니다.
2년 전, 저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레이어-1 가치저장 수단이 가지는 네트워크 효과에 대해 다룬바 있습니다. 그 글을 쓴 이후 이더리움 상의 디파이 생태계는 전성기를 맞이하였습니다. 다수의 디파이 프로토콜을 사용하여 사용자들은 담보물로 더 큰 자본을 맡기고 수억만 달러 규모의 자본을 인출해왔습니다.
이제 이 디파이 프로토콜 내에서 형성된 경제활동의 규모가 수억 달러에 이르게 되면서 정말 디파이 프로토콜의 방어성(defensibility)은 뛰어난가에 대해 짚어볼 시기가 된 것입니다. 이를 가늠하기 위해선 우선 네트워크 효과를 수량화하고 비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이 글에서 저는 주요 디파이 프로토콜들을 포킹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1) 노력 그리고 2) 자본에 대해서 고려해보겠습니다. 그 후, 저는 각 프로토콜 별 네트워크 효과의 상대적인 순위를 매겨볼 것입니다. 글을 맺으며 저는 이더리움 생태계 자체의 방어가능성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
본 포스트는 독자가 각 프로토콜에 대한 어느 정도 지식을 갖춤을 전제로 하고 쓰여졌습니다.
합성 스테이블 코인 - Maker
약 1년 전, 저는 메이커다오 시스템 내 “보통주” 역할을 하는 MKR과 같은 레이어-2 자산이 어떻게 비허가성인 공개 세팅에서 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당시 글에서 저는 “포킹될 수 없는 상태”가 가치 확보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 다룬바 있습니다. 메이커의 입장에서 “포킹 불가 상태”라 하면 주로 이더리움으로 이루어진 DAI 대출에 대한 담보물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메이커의 포킹 불가 상태를 정의하는 것이 불완전하다는 것이 자명해졌습니다. 만약 메이커의 네트워크 효과를 가능케하는 것이 담보물 밖에 없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렇다면 충분한 자본을 가진 제3자는 메이커 내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모두 포킹할 수 있고, 메이커를 대체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담보물을 예치하는 것 역시 가능합니다. 이렇게 ‘짝퉁’ Maker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가능은 하겠지만, 이 생태계에 참여하려는 이들이 없다면 그 많은 돈을 들여 공염불을 하는 셈이기도 하죠.
담보물만을 네트워크 효과의 원천이라 보면 위와 같은 시나리오도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메이커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방어성을 제공하는 요소는 MKR이나 DAI의 담보물이 아닙니다. 그 원천은 DAI의 유동성과 사용성입니다. Maker가 사용되게 하려면 DAI는 유동적이어야만 합니다. 누군가 이더리움으로 담보된 DAI를 인출하려 할 때, DAI가 유동성이 없다면 그 가치가 백짓장이 되버리기 때문이죠. 그러나 사용성은 유동성보다 더 상위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DAI의 사용성은 실제 시장에서 이를 수용하는 태도에서부터 알 수 있습니다. 대출 프로토콜인 Compound와 Lendf.me를 비롯하여 Augur 프로토콜 등에서 DAI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제3자 앱, 서비스, 인프라 등에서 DAI를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사용성과 효용성을 증명해주죠.
DAI의 유동성과 사용성이 합쳐지면 아주 확실한 비지니스적 우위를 보여주게 됩니다. 만약 ‘짝퉁’ 메이커를 만드는 자본이 탄탄한 팀이 있고, 이들이 DSR을 더 높이 쳐주던 제3자 앱 및 서비스와 통합을 유도하기 위해 돈을 지불한다고 가정해보죠. 이런 상황을 만들어내더라도 ‘짝퉁’이 정말 ‘진퉁’을 넘어설만큼, 즉 DAI만큼의 사용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일 것입니다.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 코인 - USDT
테더(Tether)는 50억 달러 규모의 시총을 가진 프로젝트로서 순수한 DeFi 프로토콜이라고 할 순 없지만 암호자산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본 포스트에 포함하였습니다.
USDT의 방어성을 보증하는 요소는 명확합니다. USDT가 BTC 다음으로 암호자산 생태계 내 가장 큰 유동성을 지닌 자산이라는 것이죠. 미국 내 위치한 거래소 외 모든 기타 주요 거래소에서 USDT를 거래할 수 있으며 수많은 파생상품 거래소의 담보물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또한, OTC 거래 정산에 있어서도 많이 사용됩니다.
물론, USDC, PAX, TUSD, GUSD, DAI 등 수많은 경쟁 상대가 있지만 USDT는 현시점까지도 시총 기준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USDT의 방어 가능성을 가장 강하게 지탱하는 요소죠.
StableCoinSwap과 Shell 등 의 디파이 프로토콜들과 Stablehouse와 같은 중앙화된 청산소 등
일부 프로젝트들이 스테이블 코인 청산소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만약 해당 시도가 성공하여 스테이블 코인을 거래하는데 발생하는 마찰 요소들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 USDT에는 부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약 해당 프로토콜 및 회사들이 최소한의 슬리피지(slippage)로 대량의 스테이블 코인을 스왑할 수 있는 개런티를 제공한다면 파생상품 거래소들에서 USDT가 아닌 타 스테이블 코인을 담보물로 보유하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죠. 오늘날 FTX는 이미 이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유동성을 보유한 스테이블 코인 청산소는 이와 같은 트렌드를 앞당길 수 있고, 이는 USDT에게 그리 좋은 뉴스가 아닙니다.
담보된 단기금융 시장 - Compound / Lendf.me
Compound 내에서 포킹 불가한 스테이트를 꼽자면 바로 담보물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Compound의 방어성은 ‘담보물의 가치가 커지면서 차입자들이 더많은 자본을 대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더 많은 대출자들을 유인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Compound를 포킹해서 Compound와 유사한 서비스를 만든다면 그 신규 체인 상으로 유동성을 다시 공급하는 것이 어느 정도의 난이도를 가진 작업일까요?
신규 alt-Compound 체인 운영진이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USDT와 같이 기존 Compound에서 지원하는 자산이 아닌 타 자산을 지원
- 좀 더 유리한 담보 비율과 유동화 패널티 도입
- 경쟁적이거나 할인된 이자율로 신규 Compound 상의 자산을 대출
- Compound의 이자율보다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 제3자 대출기관에 보조금을 지급
오늘날 Compound 내 예치된 담보물의 가치는 1억 달러(미화) 규모에 약간 못 미칩니다. ‘짝퉁’ Compound를 만들고 유저들에게 기존 Compound의 이자율보다 할인해서 제공한다고 가정해보죠. 예를 들면 100 베이시스 포인트/년 정도 수준의 할인율을 제공한다면 유동성 측면에서 부트스트래핑에 들어가는 기회비용은 매해 100만 달러 수준일 것입니다. 사실 이는 벤처캐피털 투자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비용입니다.
그러나 Compound의 내부 유동성 외에도 외부적인 요소들이 Compound의 방어성에 기여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우선, Instadapp, Zerion, RAY, idle.finance, Aave과 같은 제3자 서비스들이 이러한 외부적인 유동성 요소인데요. 이 서비스들은 자신들에 예치되는 자산을 Compound로 가져오며, 이를 통해 대출 이자율을 낮추고 더 많은 사용자들을 끌어모읍니다. 물론 이러한 자본 흐름이 좋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마진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위에서 밝힌 것처럼 ‘짝퉁’ Compound를 만들기 위해 유동성 확보 시도가 이뤄진다면 이자율을 낮추는 행위 등이 가능하니까요.
오히려 이러한 제3자 서비스들의 존재는 도리 어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가장 이득을 많이 볼 수 있는 플랫폼으로 사용자들의 자산을 옮기는 것이 이들의 인센티브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비슷한 수준의 신뢰를 주는 스마트 컨트랙트와 거버넌스 및 오라클 메카니즘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Compound 외의 다른 프로토콜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거죠. 게다가 이러한 제3자 서비스가 충분히 덩치가 커지면 Compound가 아닌 자기 자신의 서비스로 유저를 옮기거나, Compound를 포킹한 서비스로 유저를 쏙 빼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 이런 사태가 벌어진 적은 없지만, 근 시일 내에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첫 번째 외부요소인 제3자 서비스들이 과연 방어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두 번째 외부요소로 cToken을 들 수 있는데, cToken은 DAI와 꽤나 유사합니다. 만약 제3자 앱이 담보용으로 cToken을 서비스 내로 통합하게되면 Compound 프로토콜 외에서도 cToken이 사용성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외부 서비스와의 연계는 cToken 보유자이자 대출을 해준 이들로 하여금 Compound 서비스가 아닌 유사 서비스로 이동하는 것을 꺼리게 만들 것입니다.
물론 메이커/DAI와 Compound/cToken의 유사성은 인정하나, 사실 여기에는 차이점도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더 많은 DAI를 생성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더리움 등의 자산을 더 사기 위해서 DAI를 매도하려는 배경이 있죠. 즉, ‘짝퉁’ 메이커는 ‘짝퉁’ DAI에 대한 시장이 생겨나지 않는 이상 유의미하지 않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가 Compound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왜 냐하면 제3자 앱에서 cToken을 활용하지 않더라도 Compound는 여전히 유용한 서비스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이러한 차이점은 현실에서도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중국에 기반을 둔 dForce는 Compound의 코드베이스를 포킹하여 담보된 단기금융 시장 프로토콜인 lendf.me를 만들어냈고, 벌써 수개월 만에 200만불에 가까운 담보물 예치에 성공하였습니다. 이러한 성공의 요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Compound가 지원하지 않는 USDT, imBTC, HBTC와 같은 상품을 제공
- 중국인 유저를 위한 제3자 서비스와의 통합을 통한 로컬라이제이션
지금까지 dForce의 행적을 볼 때, lendf.me 제품에서 이자율에 대한 별도의 지원 없이도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상황에 비춰볼 때, 메이커는 Compound보다 훨씬 방어성이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충분한 예산만 있다면 누구나 Compound를 포킹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대출에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메이커를 성공적으로 포킹하기 위해선 충분한 예산만으로는 역부족일 것입니다. 프로토콜 외에서도 빛을 발하는 DAI의 유동성과 사용성 모두를 취할 수 있어야만 포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합성 자산 프로토콜 - Synthetix
Synthetix는 합성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특수한 형태의 거래소입니다. 이러한 거래소의 방어성은 유동성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Synthetix는 대부분의 전통 금융시장의 거래소나 암호자산 거래소(NYSE, CME, 코인베이스, 바이낸스)가 차용하는 중앙 지정가 주문(CLOB)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Synthetix의 특이한 점은 테이커(taker)가 합성자산을 거래함에 있어서 슬리피지를 야기시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해당 거래소의 유동성은 시스템 내에 예칟된 담보의 규모에 제한됩니다. 즉, Synthetix의 방어성은 현재 가용한 담보물, 즉 유동성,이 얼마인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Synthetix 거래소의 성장의 장애물은 테이커 입장에서 Synthetix 생태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합성자산이 아닌 실물을 합성자산으로 거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이더리움과 같은 실물을 sETH 같은 합성자산과 트레이딩 해야한다는 점이죠. 현재 Synthetix의 유저들 대부분은 Uniswap과 같은 서비스를 통해 유입되고 있죠. Uniswap 내 최대 유동성 풀은 sETH-ETH 페어입니다. 유동성 공급의 필요성이 Synthetix의 성장에 장애물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흥미롭게도 이는 Synthetix에게 강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누군가 Synthetix를 포킹하여 새로운 형태의 합성자산 거래소를 만드려면 유동성 공급을 처음부터 해야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Synthetix가 가진 네트워크 효과를 메이커나 Compound에 비교한다면 어떨까요?
우선 프로토콜 내 담보물을 고려해보아야 합니다. 메이커나 Compound를 포킹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Synthetix를 포킹하기 위해서는 담보물을 공급할 수 있을 정도의 담보를 가지고 있거나 제3자가 이 역할을 대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다룬 것처럼 이러한 담보물 규모만으로는 방어성을 충분히 제공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고려할 점은 외부와 연동될 수 있는 자산인데, DAI, cToken이나 Synth 합성자산을 생각해보면 됩니다. 메이커의 DAI와는 달리 합성자산 Synth는 프로토콜 외부의 유동성을 필요로 하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처음 설계된 모습만 본다면 말이죠. 오히려 Compound의 cToken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Synth 합성자산은 제3자 앱에서 담보물로 쓰일 수 있지만, 프로토콜 자체적으로 이를 필요로 하진 않습니다. 물론 방어성의 한 요소가 될 수는 있겠지만, 아직은 그렇다고 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 방어성의 요소로는 실물자산과 합성자산(Synth) 간의 연결성을 뜰 수 있습니다. 현재 Synthetix는 이를 Uniswap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Synthetix를 포킹한다면 Uniswap, Kyber 등 접근성이 용이한 디파이 툴을 사용하여 실물자산과 합성자자산 간의 연결성을 쉽게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동화된 시장 조성자(AMM) - Uniswap, StableCoinSwap, Shell, Bancor, FutureSwap, Kyber
Compound는 트레이딩 대신 대출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AMM입니다. 대다수의 트레이딩 기반 AMM 프로토콜의 방어성은 cToken 요소를 제외한 Compound가 가진 방어성과 유사하다 생각할 수 있습니다.
위에 나열한 AMM들이 상호 간에 직접적인 경쟁관계가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각 서비스별로 다른 노력선을 보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StableCoinSwap과 Shell은 스테이블 코인 트레이딩에 초점을 맞춘 반면, FutureSwap은 선물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각 AMM의 방어성은 프로토콜이 보유한 유동성 풀의 사이즈에 기인합니다. Compound 같은 프로토콜에게 있어 더 큰 규모의 유동성 풀은 대출의 이자율과 직결되지만, 트레이딩에 초점을 맞춘 AMM 이 보유한 유동성 풀의 크기는 테이커의 슬리피지 위험을 낮춰주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지난 1년간 Kyber가 가장 유동성이 높은 AMM으로 군림했는데 이는 1) Uniswap 같은 기타 AMM 유동성 풀과 연동된 것; 2) 테이커 주문 플로우를 라우팅할 수 있는 제3자 서비스와의 통합이 주요한 성공요인이었죠. 결국 시간이 흘러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면 모든 AMM들은 상호간의 유동성 풀을 연동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특정 버티컬(예를 들어 스테이블 코인 스왑) 내에서 모든 AMM이 상호 간 유동성 풀과 연동된다면 결국 서로에게 완전한 대체재가 되는 것을 뜻합니다. 그 누구도 절대적인 승자가 되지 못하죠. 최종적으로 이러한 완전경쟁 상태에서는 AMM이 아닌 테이커들이 승자가 될 것입니다.
비수탁형 중앙 지정가 주문 거래소 - dYdX, IDEX, Nuo, 0x
비수탁형 중앙 지정가 주문 거래소 프로토콜은 중앙화된 암호자산 거래소 대비 몇 가지 약점은 있지만 방어성 측면에서는 유사합니다.
우선 이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프로토콜은 트레이드가 이뤄지는 블록체인의 한계점에 함께 묶여 제한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즉, 높은 지연율, 채굴자들의 선행매매나 주문 실행이 확정되지 않는다는 점들을 들 수 있죠. 이러한 문제점은 유동성 제공자들에게도 적용되어 슬리피지를 높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탈중앙화 거래소는 교차마진이나 포지션 설정을 통한 수익화가 불가합니다. 언젠가는 디파이 생태계에서 이러한 기능들이 추가되기를 개인적으로 희망하지만,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임은 분명합니다. 반면, FTX나 바이낸스 같은 중앙화 거래소는 오늘날 교차마진을 제공하고, 트레이더들의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상품을 내놓으면서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믹서 - Tornado.cash
위에서 다룬 기타 디파이 프로토콜과 Tornado Cash은 차이점을 크게 가집니다. 기타 프로토콜은 트레이딩과 대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Tornado는 유저 프라이버시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산을 믹싱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Tornado Cash가 프라이빗 결제 기능을 제공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현재는 자산에 대한 익명성 제공 수준에 그치고 있죠. Tornado의 방어성은 익명성 풀의 사이즈에 기인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본은 Tornado 풀에서 꽤나 빠르게 순환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네트워크 효과는 아주 잠깐 지속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전체 자산의 순환이 매 1~2주 만에 이뤄지니까요. 그리고 어느 시점이 되면 익명성 풀이 얼마나 크냐 여부는 딱히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익명 계좌가 500개에서 1000개로 증가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다른 유저들이 이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할까요? 500분의 1의 확률이나 1000분의 1 확률이 크게 다르다고 체감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현 상태에서 Tornado Cash는 방어성을 가지고 있다 할 수 없다는거죠.
그러나 추후 개선된 버전은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Tornado Cash는 프라이버시 풀 내에서 단순히 자금을 익명화하는 것을 넘어서 프라이버시를 보장한 자산 이동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만약 이 기능이 가능해진다면 시스템 내에 머무르게 되는 자본의 양이 많아질 것입니다. 익명성 풀의 증대 뿐만이 아니라 시스템 내 담기데 되는 더 많은 자본이 실제로 사용성을 갖게 되는 것이죠.
프라이버시 풀이 커지면 더 많은 자본이 유입된다는 아이디어는 어찌보면 디파이 중 해당 카테고리에만 국한된다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체 프라이버시 풀이 1,000 이더 정도 수준이라면 9,000 이더를 익명화하고 싶어하는 이에게는 사실상 쓸모없는 풀이 되버립니다. 그리고 오히려 처음에 1,000 이더를 익명화한 이들도 이를 싫어하는 결과가 초래됩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추후에 담긴 9,000 이더와 연관성을 띠게 되는 확률이 90%나 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10,000 이더를 익명화하고자 하는 유저가 있다면 그는 최소 90,000 이더의 풀 정도는 되길 원할 것입니다. 아직 이는 불가능하지만 점차 이것이 가능해진 미래는 현재보다 훨씬 더 방어성을 높여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정말 많은 부를 가진 이들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여 본인의 부를 숨길 인센티브가 충분해지기 때문입니다.
랭킹
디파이 프로토콜을 포킹한다면 어떨까라는 가정을 해보고 프로토콜별 방어성에 대한 순위를 강한 순서로 매겨보았습니다. 물론 이러한 순위는 그저 하나의 주장에 불가하며, 객관적으로 어떤 순위를 매기거나 정량화하는 것이 불가능한 영역임을 감안하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 법정통화 담보 스테이블 코인 - USDT
- 합성 스테이블 코인 - Maker
- 믹서 - Tornado.cash
- 일반적인 합성 자산 프로토콜 - Synthetix
- 담보화된 단기금융 시장 - Compound / Lendf.me
- 자동화된 시장 조성자(AMM) - Uniswap, StableCoinSwap, Shell, Bancor, Futureswap
- 비수탁형 중앙 지정가 주문 거래소 - dYdX, IDEX, Nuo, 0x
제가 1순위로 USDT를 뽑은 이유는 많은 경쟁자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USDT가 다음으로 규모가 큰 USDC 대비 여전히 5 - 10배 규모를 보유하기 때문입니다. USDT를 둘러싼 논란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방어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암호자산 업계에서 가장 자본이 탄탄한 업체라 할 수 있는 코인베이스도 지난 18개월 동안 USDT를 대체할만한 마땅한 대체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말이죠. 스테이블 코인 청산소가 대세를 바꿀 수도 있겠지만, 아직 유의미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너무 섣부르다 할 수 있습니다.
위와 동일한 논리구조로 메이커가 2순위인 이유 역시 설명 가능합니다. 메이커 프로토콜은 DAI가 유동성을 잃거나 외부 프로토콜에서 사용성을 잃게 되면 그 존재 가치를 상실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메이커를 쉽게 포킹하거나 단순히 지원금을 대규모로 이용한다하여 대체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죠.
제가 Tornado를 세번째로 순위에 매긴 이유는 사실 해당 프로토콜에 자산을 예치하는 부유한 유저들에 기인합니다. 이들의 숫자 자체가 많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이며, 부 자체가 고르게 분배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카테고리에서 유의미한 존재감을 가질 프라이버시 마켓플레이스는 1 - 2개 정도에 그칠 것이라 봅니다. 반면, 대출이나 트레이딩 디파이 프로토콜은 복수의 업체들이 존재 가능하다는 것이 차이점이죠.
Synthetix와 Compound가 유사하다고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Synthetix가 더 상위 순위에 올라선 이유는 실제 자 산과 합성자산 간 연결성을 갖기 때문이라 보시면 됩니다.
하위 순위에 머무르는 디파이 프로토콜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엄청나게 많은 경쟁이란 점이죠. 많은 사업가들과 벤처캐피털 투자가들이 해당 카테고리의 시장은 방어성을 가지지 못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위에서 다룬 것처럼 경쟁자들 대부분은 쉽게 이 시장에 뛰어들어 지원금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생태계 수준에서의 네트워크 효과
이 글을 맺으며 위에서 다룬 디파이 프로토콜의 방어성이 이더리움 생태계의 방어성에 어떤 시사점을 가지는지 다뤄보고자 합니다.
적어도 디파이 프로토콜이 가진 방어성에 비하면 이더리움 자체의 방어성은 개별 프로토콜 그 어느 것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더리움의 방어성은 단순히 자본이나 유동성에 기반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더리움 프로토콜 전체의 결합성과 상호운용성이 방어성을 형성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을 담보로 하여 DAI를 인출하고, 이 DAI를 다시 Compound나 Lendf.me를 통해 빌려주며 그 DAI를 담보물로 ZRX를 빌려 다시 이더리움을 사는 행위가 가능하죠. 이 모든게 거의 단번에 가능하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놀랍습니다.
이더리움 수준의 네트워크 효과가 디파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bZx 공격을 통해 우리 모두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이 공격을 감행한 이가 행한 거래는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처리한 거래 중 아마 가장 복잡했을 것입니다. 다섯 개의 프로토콜을 아주 절묘하게 활용했죠. 아마 이렇게 이더리움처럼 상호운용성이 좋은 생태계를 새롭게 만들어내는데는 수년이 걸릴 것입니다. 이더리움도 그만큼의 세월을 견뎌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신규 레이어-1 프로젝트 팀들에게 디파이보다 더 확장된 사용 사례를 생각할 것을 제언합니다. 적어도 그들의 생태계가 이더리움만큼 커질 때까진 말이죠.
디파이 세계를 모험하는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모든 이들에게 찬사를!
이 글을 위한 피드백을 제공해준 Haseeb Qureshi, Alex Pruden, Ali Yahya, Michael Anderson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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