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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Augur)를 통해 살펴보는 집합 이론, 프로토콜 레이어의 현 모습과 중앙화의 부활

작성자 Kyle Samani
August 08, 2018 | 8 Minute Read

2016년 Placeholder VCJoel Monegro는 팻 프로토콜(Fat Protocols)에 대한 글을 작성했습니다. 해당 시점을 고려한다면 Joel의 팻 프로토콜 이론은 일견 타당합니다. Union Square Ventures가 코인베이스(Coinbase) 거래소 펀딩 라운드에 참가하면서 얻은 수익보다 비트코인을 매수해서 보유했다면 얻을 수익이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본 포스트에서 제시할 사고실험을 통해 팻 프로토콜 이론에 대한 반대 주장을 하려는게 아닙니다. 저는 글로벌 디지털 자산의 가치가 수십조 달러에 이를 것이란 강한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디지털 자산은 암호화된 네트워크의 네이티브 토큰이 될 것입니다.

오히려 이번 글을 통해 저는 특정 프로토콜 상에 만들어진 탈중앙화 앱이 그 프로토콜이 갖고 있던 가치들까지 집어삼키는 상황을 가정한 사고실험을 해보고자 합니다. 해당 사고실험은 Joel의 팻 프로토콜 이론과는 성격적으로 다릅니다. 코인베이스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가치를 집어킨다는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니까요.

우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어거(Augur)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가정 하에 써내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어거의 자체 REP 토큰이 예측시장의 결과를 알리는데에 어떻게 쓰이는지 그리고 이 자체 토큰이 현금흐름할인법(DCF)가 적용되는 현금 흐름과 유사하게 평가되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한 추가 설명을 덧붙이진 않을 것입니다. 어거를 활용하여 예측시장을 생성할 경우 별도의 수수료가 있다는 점이나 예측시장에 대한 결과를 보고하는 이들에게 REP 보상이 주어진다는 점도 부연하지 않겠습니다. 어거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궁금하신 분들은 2017년도 8월에 멀티코인 캐피털이 발간한 어거에 대한 보고서를 참조해주세요. 어거 개발진이 보고서 작성 후 REP 토큰 보상 방식에 약간의 변화를 준 것은 사실이지만, 기타 보고서 내용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기회

어거에 대해 설명할 때 주로 두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곤 합니다.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의 스마트 컨트랙트 즉 프로토콜 층위에서 설명하거나 사용자들이 직접 사용하는 앱으로서 설명합니다. 어거 프로토콜 상에서 사용자들은 아주 다양한 UX를 경험할 수 있는데, 이는 어거의 최초 설계가 어거 재단을 비롯한 그 누구도 제3자의 행동을 제약할 수 없게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7월 9일에 출시된 어거는 사실 이더리움 상에서 구현된 프로젝트 중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섬세하고 복잡합니다. 물론 어거가 출시 이전부터 홍보했던 내용과 별 차이 없이 작동되고는 있지만, 비용이나 매끄러운 작동 측면에서 여전히 문제를 보이고 있습니다. 웹 어플리케이션으로서 매끄럽게 작동하지도 않고, UX는 형편없죠. 게다가 푸시 알림 또는 이메일 알림 기능은 없고, 청산 자체도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모바일은 지원조차 안하는 것도 문제이구요.

몇몇 이들은 어거 재단이 왜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어거 재단이 상기 문제점들 중 어떤 부분은 고치겠지만, 모든 문제를 고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푸시 알림이나 이메일 알림 기능은 손대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청부살인 관련 예측시장 같은 프로토콜 상에 올라오는 내용에 대한 검열 역시 진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화가 어느 정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거 재단이 아닌 어거 프로토콜을 사용하여 무언가를 구현하려는 회사는 상기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사고실험의 목적을 위해 이 상상 속의 회사를 AugurCo 라고 지칭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AugurCo와 같은 회사가 아직 없다하더라도, 곧 이런 주체들이 생겨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AugurCo와 같은 회사를 만듦으로써 취할 수 있는 기회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수개월 내로 AugurCo 류의 회사들이 사용하기 큰 불편함이 없는 UX를 제공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1년 반 내로 데스크톱과 모바일에서 모두 사용가능하며 현존하는 앱들과의 UX에서 뒤지지 않는 수준까지 가능해질 것입니다.

Fat App, Thin Protocol

사고실험을 위해 집합 이론(aggregation theory)을 단순화 시켜보겠습니다. ‘인터넷 기반의 가치 사슬에서 최종 사용자와의 관계를 가진 회사는 공급자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라고 말이죠.

어거 프로토콜은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예측시장 생성자들이 생성 수수료를 정하지만, 프로토콜이 자체적으로 예측 결과에 대한 보고 수수료를 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고 수수료를 설정할 때 프로토콜은 REP 토큰의 시가총액이 어거 내 존재하는 모든 예측시장의 미결제약정액의 7.5배가 될 수 있도록 합니다. 좀더 풀어서 간단히 얘기하자면, 보고 수수료가 전체 생성된 수수료의 75%라하면 나머지 25%가 예측시장 생성 수수료가 되도록 프로토콜이 설정한다는 겁니다.

상상 속의 AugurCo는 사용자들이 어거를 사용함에 있어서 어떤 경험을 할지를 결정짓습니다. 즉, AugurCo는 자체 UI에서 어떤 예측시장을 취사선택해서 보여줄지 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AugurCo는 다른 네트워크 내 참가사들이 생성한 예측시장은 보여주지 않고, 자체적으로 예측시장을 만들어내게 될 겁니다. 결국 AugurCo는 자신이 생성한 예측시장을 통해 형성된 총수익의 25%를 받게 되고, 이 예측시장의 결과에 대해서 보고를 한 REP 토큰 보유자들이 나머지 75%의 수익을 가져가게 되는 것입니다.

REP 토큰에 대한 소유권이 특정 개인 또는 그룹에 집중되있지 않다면 AugurCo는 개별 REP 보유자들 그 누구보다도 많은 수익을 창출하게 될 것입니다.

AugurCo이 고정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총 마진은 기타 소프트웨어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70-80%에 달할 것입니다. 어거 프로토콜이 충분히 커진다면 AugurCo와 같은 여러 회사들이 얻는 수익을 합쳤을 시 프로토콜 내 수입의 20% 수준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혹시 AugurCo와 같은 사업체들이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까요?

어거 프로토콜이 제대로 작동한지 몇 년이 지났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러한 어거 프로토콜 상에서 사업을 구현한 AugurCo와 같은 주요 플레이어가 일곱 곳이 있다면, 예측 시장 생태계 내에서 아마 각기 장점을 내세우는 분야가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분야는 시장별로 나뉠 수도 있고, 지형별로 나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시장별로 나뉜다면 스포츠 베팅, 금융 파생상품, 정치 관련 예측시장 등일 것입니다. 사실 본 포스트에서 진행하고자 하는 사고실험을 위해서 어떤 분야들에 특장점을 가질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어거 프로토콜을 통해 유통되는 가치가 약 200억 달러에 이르고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 가정해보겠습니다. 그 경우, 어거의 전체 물량의 대부분을 7개의 주요 AugurCo와 같은 회사들이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각각 최대 14% 수준).

이 상황 속에서 AugurCo와 같은 회사가 가질 수 있는 옵션들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어거 프로토콜을 하드포크하여 REP 토큰이 어떻게 분배되어 있는지를 아예 무시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일 것입니다. 하드포크한 후 생성된 “newREP” 토큰을 우수고객들에게 나눠주고, 일부는 회사가 갖는 것입니다.
  2. 어거 프로토콜을 하드포크하고 “newREP” 토큰을 새롭게 생성하되, 기존에 존재하던 보유자들이 가진 보유율에 따라 나눠주는 것입니다. 대신 수수료를 조정하여 25%의 수익을 가져가던 기존의 모델을 탈피하고 회사가 50%의 수익을 가져가는 형태로 바뀌는 것입니다.

AugurCo가 충분한 확장성과 검열저항성을 가졌다면, 상기 두 가지 옵션처럼 어거 프로토콜을 하드포크 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일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충분한" 확장성과 검열저항성은 어떻게 수치화 할 수 있는걸까요?

전세계 어거 거래량이 200억 달러이고 총 수수료가 1%라는 가정 하에 각 AugurCo가 14%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다고 상정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각 AugurCo는 710만 달러의 수익을 창출해낼 것입니다. 모든 AugurCo의 총수익은 5,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이죠. 각 AugurCo 별로 REP 보유자들은 2,130만 달러의 수익을 얻게되며 이를 모두 합치면 1억 5천만달러가 됩니다.

이 정도 수준으로 어거가 성장한다면 각 AugurCo는 “충분한" 확장성을 판단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할 것입니다: 2,130만 달러의 예측시장 결과 보고에 대한 보상이 어거 시스템을 안전하게 유지하기에 충분한가? 아니라면 시스템이 1억 5천만 달러 수준의 보상을 언제나 해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시간만이 알 것입니다.

원점으로의 회귀: 중앙화된 예측시장

AugurCo가 하드포크를 진행하더라도 왜 탈중앙화에 대해 신경써야 할까요? 탈중앙화된 형태의 보고자들을 위해 25~50%의 수익을 양보하는 형태를 과연 유지해야 하는 걸까요? 어거 이전의 예측시장으로 회귀한다면 수수료의 100%를 AugurCo가 얻을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걸까요?

저는 언젠가 몇몇 AugurCo들이 탈중앙화에서 이전으로 회귀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단기간에 수익을 100%에서 300% 정도 올릴 수 있다면, 그 누가 이를 쉽게 거절할 수 있을까요? 중앙화된 예측시장으로 회귀하여 만약 AugurCo가 성공한다면 애초에 탈중앙화된 예측시장은 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될 것입니다. 즉, 수수료가 중요하지 중앙화인지 탈중앙화인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라스베가스의 카지노가 10% 선의 수수료를 받는 다는 사실과 Predictit.org 같은 중앙화된 예측시장은 5-10% 수수료를 받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수수료는 사실 합리적이라 하긴 어렵습니다.

물론 링크의 레딧 게시물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탈중앙화된 예측시장이어야만 하는 예측시장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이런 P2P 형태의 예측시장 거래량은 스포츠 베팅, 금융 파생상품, 정치 관련 예측시장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할 것입니다.

0x 릴레이어와 ZRX 토큰

0x와 릴레이어의 관계는 마치 어거와 AugurCo의 관계와 유사합니다. 이를 감안하여 0x 릴레이어와 ZRX 토큰을 사례로 들어 “fat app, thin protocol” 가설(전통적인 프로토콜과 앱의 관계)을 살펴보겠습니다.

어거 시스템 내에서 예측시장의 결과에 대해 보고하는 이들은 이에 따른 보상을 받아야만 합니다. 이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수수료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거의 인센티브 모델은 보고자들이 특정 단체 혹은 성향에 얽매이지 않는 합리적이고 철저히 수익에 따라 움직이는 개인과 기업이라는 점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과를 보고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미끼삼아 다른 사업의 이윤을 쫓는 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어거가 설계되던 시점부터 예측시장 결과 보고자들이 사업 주체들이 될 것이라 보지 않았던 것도 그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어거와는 달리 0x 프로토콜은 중립적입니다. 0x 프로토콜에 의해서 발생한 거래에 대해 어떠한 수수료도 부과하지 않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0x 프로토콜은 중립적입니다. 이는 0x프로토톨에 의해 보조되는 거래에 대해서 어떠한 요금도 부과하지 않으며 않아야 합니다. 릴레이어들 간의 경쟁은 0x 프로토콜을 사용하여 거래를 하는 사용자들의 UX를 소유하려는 곳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어떤 릴레이어들은 ZRX 토큰을 사용하여 수수료를 받음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기도 하지만, 다른 릴레이어들은 사용자들이 거래를 하는 플랫폼으로 자리잡더라도 실제 수익 창출은 다른 기능을 통해 하기도 합니다. 아직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는 릴레이어가 최종적으로 이 경쟁에서 우승자로 남게 될지는 불분명합니다.

프로토콜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 보고자들에게 수수료를 지불해야만 하는 어거와는 달리 0x는 그 어떤 수수료도 발생시키지 않습니다. 즉, 아무리 성공적인 0x 릴레이어를 구축하더라도 0x 프로토콜을 하드포크함으로써 수익을 단기간에 2배 혹은 3배 얻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0x 릴레이어는 어거를 활용하는 업체들과 달리 프로토콜을 하드포크할 물질적인 유인이 없습니다.

결론

오랜 세월, 앱의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를 모듈화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실행하지 않은 데에는 그럴만한 경제적인 유인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암호화폐의 등장으로 이는 바뀌고 있습니다.

이렇게 프론트엔드와 백엔드가 모듈화되어 서로 달라지는 것은 한편으로는 양측에게 모두 좋게 작용하여 실질적인 가치의 총합을 증가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프론트엔드 측에 해당하는 회사들은 프로토콜 측에게 백엔드 상의 로직을 의존하고, 프로토콜은 프론트엔드 회사들이 시장 내에서 프로토콜이 더 많이 쓰이고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필요로 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어떤 경우는 프로토콜에 의존하던 회사들이 기반하고 있는 프로토콜이 가진 가치마저 삼키려 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해당하는 경우 대부분 프로토콜은 취약한 면모를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글을 작성함에 있어 아낌없이 피드백을 준 Denis Nazarov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공지사항: 멀티코인 캐피털은 어거에 대한 매수 포지션을 취하고 있으나, ZRX에 대해서는 매수 또는 매도에 대한 그 어떤 포지션도 취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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