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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예술가는 모방한다. 뛰어난 예술가는 훔친다.

작성자 Kyle Samani
April 25, 2018 | 10 Minute Read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 초기단계입니다. 마치 8~90년대에 컴퓨터가 그랬던 것처럼, 기능을 하긴 하지만 아직 실사용에 있어서는 취약한 편이죠. 즉 사용자의 대다수는 기술적 성향의 사람들이고 시장 진출에 대한 문제보다는 기술적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성향의 사람들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체계를 구성해 나가는 데 있어서 ‘일단 만들면 사람은 저절로 모일 것이다’라고 믿는 편입니다. 2011년 비트코인의 창시자가 추후 업무에 대한 지시 없이 프로젝트를 그만둬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때 이러한 생각은 어느 정도 통했습니다.

이더리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건 확실히 아닙니다.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자산이 수억 달러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이더리움을 전도하러 전 세계를 다니느라 비행기에서 살다시피 합니다. 사실 비탈린은 대중을 상대로 연설하러 다니는 것보다 이더리움에 대해 깊이 연구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매일 시차적응과 싸움을 하며 밤낮없이 일을 합니다. 이더리움의 최초 출시를 앞두고 비탈릭은 이더리움을 중국에 출시시키기 위해 시간을 쪼개 중국어까지 배웠습니다. 비탈릭의 전도 활동 외에도 이더리움 재단은 전 세계에 풀뿌리 지역사회 건설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냥 이더리움으로 몰린 게 아닙니다. 이더리움 재단이 이더리움을 시장에 가지고 온 것입니다.

이러한 암호화폐와 비트코인 기술들이 모두 근본적으로 오픈 소스라는 점을 바탕으로 수많은 경쟁자들은 서로의 코드를 훨씬 더 공격적으로 베낄 것이며 여러 재단의 플랫폼과 적대적인 관계를 자처할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점점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대로 대략적으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비트코인으로부터 라이트코인이 포크되었습니다.
  2. 바이트코인으로부터 비트모네로가 포크되고, 비트모네로로부터 모네로가 포크되었습니다. 현재 모네로는 가장 널리 이용되며 가장 가치가 높은 프라이버시 코인이 되었습니다. 바이트코인과 비트모네로는 암호화폐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3. 이더리움은 다오 해킹을 뒤따라 포크되었으며, 그 결과로 동일한 기능과 동일한 경쟁력을 가진 스마트 계약 플랫폼인 이더리움 클래식이 탄생하였습니다.
  4. 제트캐시로부터 제트클래식이 포크되었으며 제트클래식에서는 창립자 보상이 제거되었습니다.
  5. 비트코인으로부터 비트코인 캐시가 포크되었으며 그 결과 커뮤니티, 코드 베이스, 장부, ASIC 해시파워가 쪼개졌습니다.
  6. 이더리움 팀은 제트캐시 팀과의 협업을 통해 이더리움에 SNARKs를 도입했으며 이를 통해 이더리움에서 제트캐시 스타일의 익명성이 보장되었습니다.
  7. 코스모스는 자사의 텐더민트 컨센서스 알고리즘 상에서 이더리움 VM(EVM)을 스핀업 하는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습니다. 그 목적은 이더리움 댑을 이더리움 상에서 바로 구동하기보다 코스모스 환경 내 이더민트 체인 상에서 구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8. 포크델타로부터 이더델타가 포크되었으며 불과 두 달만에 포크델터가 이더델타의 거의 모든 유동성을 독점했습니다.
  9. 비트코인 프라이빗으로부터 제트클래식과 비트코인이 포크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SNARKs를 비트코인 장부에 추가했습니다.
  10. 이더리움의 경쟁상대인 헤더라 해시그래프가 이더리움 개발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EVM을 채택했습니다.
  11. 모네로에서 최근 두 번의 포크가 있었고 그 결과로 모네로V모네로 클래식이 탄생했습니다.
  12. 이더리움의 경쟁상대인 EOS는 자사가 보유한 막대한 ETH를 시장에 내놓는 방식으로 이더리움에 가격 하락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13. WAX는 자사 WAX체인을 출시하기 위해 EOS 소프트웨어를 포크합니다.
  14. 여러 블록 생산자 팀이 EOS 체인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만 이 중 모두가 EOS ERC20 토큰 분배를 충실히 지키지는 않을 것입니다.
  15.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더리움 플라즈마 체인 내에서 EOS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위의 예시들은 공개적으로 알려진 내용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복제, 포크, 도용의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2018년 말까지는 이러한 사례가 수백 개에 달할 것입니다.

모든 오픈소스 코드는 허락 없이 복제될 수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 효과를 가능한 빨리 구축하는 것만이 중요합니다. 네트워크 효과 구축에 있어서는 시장 진출 전략 및 이를 기반한 실행, 이 두 가지가 핵심입니다.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공의 비결은 시장 진출 전략 및 실행이며 기술이나 제품은 거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 합리적인 결론입니다.

이는 대다수의 암호화폐 팀에게는 섬뜩한 이야기입니다.

만약 ‘이 조직의 최대 강점은 무엇인가요? 기술력? 제품? 아니면 시장 진출 능력입니까?’라고 암호화폐 팀들에게 묻는다면 그 중 1% 이하만이 시장 진출 능력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현실세계에서 이는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날까요? 단순한 예를 몇 가지 들어드리겠습니다.

  1. 디피니티가 개발한 ‘한계점 전달(Threshold relay)’이 확장성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한 최고의 컨센서스 모델이 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렇게 되면 EOS는 자사의 DPoS 컨센서스 알고리즘을 제거하고 이를 한계점 전달로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절대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참고로 애플 엔지니어 한 명이 MacOS를 PowerPC로부터 Intel로 이식한 적이 있습니다. 단 한 명의 사람이 기계와 OS 명령 집합을 뜯어내고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작은 팀이 컨센서스 레이어를 뜯어내고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2. 한 스테이블 코인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 시작합니다. 이 스테이블코인 팀은 대규모 상거래에 자사의 스테이블 코인을 적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웁니다. 가장 이상적인 유통 협력사로 스퀘어를 선택하고 접근합니다. 스퀘어는 전장에서 검증된 코드와 경제학 모델로 무장하여 자사의 스테이블 코인을 출시합니다. 물론 스퀘어는 이 스테이블 코인 전체 발행량 중 큰 부분을 챙겨가겠죠.
  3. 텔레그램이 130장 짜리의 터무니없는 내용의 백서를 출간했습니다. 내용인 즉슨 익명성, 확장성, 분산 컴퓨팅 및 저장, 인센티브화 된 대역폭 라우팅 등 암호화폐 분야의 주요 기술적 한계를 모두 해결하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텔레그램은 이러한 기술 중 어느 것도 직접 개발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이러한 큰 문제들을 해결하는 다른 팀으로부터 필요한 오픈소스 기술을 훔치면 됩니다. 그 후 매달 2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텔레그램 앱에 이러한 기술을 적용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게다가 텔레그램은 이러한 행동을 장려하고 적용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말 그대로 자체적으로 돈을 찍어낼 수도 있습니다.
  4. 위의 3번에서 ‘텔레그램’을 ‘페이스북’이나 ‘스냅챗’, ‘안드로이드’, ‘iOS’등으로 바꿔 읽어봅시다.

유통에서 이미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막대한 자본을 조달해야 하고 프로토콜을 시장에 진출시키기 위해 그러한 자본을 퍼부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소프트웨어가 스스로 시장을 찾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소프트웨어를 시장에 직접 진출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여태까지는 암호화폐에 뛰어든 대다수의 기업가들은 어떠한 ‘이념’에 끌려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업가와 경영진들이 더이상 이념때문에 암호화폐에 발을 들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프트웨어를 시장에 진출시킬 수 있는 방법을 잘 아는 연륜 있는 사람들이 암호화폐에 뛰어들 것입니다.

앞으로 몇 년간은 원작자가 개발한 기술을 말 그대로 모두 훔쳐가는 경쟁자들로 인해 많은 팀이 사라질 것입니다. 자본주의라는 쾌락의 트레이드밀의 원리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잔인한 상황들이 펼쳐질 것입니다.

이미 선례도 있습니다. 제가 여태 설명한 개념이 바로 로켓인터넷의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는 팀들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똑같은 모델로 유럽에 재빨리 진출합니다. 실제로 효과가 있는 모델입니다.

암호화폐 기술이 더 성숙해지면서 로켓인터넷을 따라하는 회사들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아이러니죠?) 암호화폐 기술의 오픈소스라는 특성상 회사보다 프로토콜을 베끼는 것은 심지어 더 쉬울 것입니다.

시장과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자마자 시장에 재빨리 내놓을 수 있도록 시장 진출 전략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원작자의 기술을 이용해 이겨먹으려는 경쟁자들이 바로 뒤따라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