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여러 학교 기금들에게 있어 나침반과도 같은 대표적인 장기투자 기관인 예일대학교 기금이 크립토 펀드 두 곳에 투자하는 기념비적 행보를 보였습니다. 이는 많은 이들에게 기관투자자의 암호자산 투자가 시작된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유수한 크립토 펀드 중 하나로서 멀티코인 캐피털은 종종 “암호자산 시장이 얼마나 커질 수 있을까요?”와 같은 질문을 받곤 합니다. 이에 간단히 답변드리자면, 많은 이들이 상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 넘을 것이라는 것이 저희의 생각입니다.
자사의 답변에는 두 가지 논거가 존재합니다. 우선, 암호자산은 시장을 폭발적으로 확장시키는 기폭제입니다. 이런 시장확장의 하나의 예시로 우버와 우버가 만들어낸 시장을 들 수 있겠습니다. 우버가 창출한 시장규모가 우버 등장 이전의 택시 시장의 규모와 같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둘째, 암호자산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상품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수많은 비화폐성 자산의 통화 프리미엄을 흡수할 것입니다.
이 글을 통해 저는 비트코인, 비트코인 캐시, 이더리움, 모네로, 지캐시 등 비허가성 암호화폐와 주요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이 가져올 수 있는 기회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비고: 본 포스트 내 달러 가치는 2018년도를 기준으로 합니다.
디지털 금
현존하는 모든 금의 가치를 합산해보면 약 7조 달러에 달합니다.
그러나 전자기기 등에 사용되는 금처럼 현재 산업에서 활용되는 금의 가치는 7조 달러라는 가치평가를 뒷받침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시장 행위자들이 현재 가치로 금을 계속 매입하는 이유는 금이 법정화폐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상품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 런데 인류가 매년 채굴하는 금의 양을 고려해보면 금 역시 1.5 퍼센트의 인플레이션율이 내재되어 있는 상품이고, 근시일 내에 이러한 인플레이션율이 둔화될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금을 헤지상품으로 여기고 매입하고 있습니다.
레이어-2를 제외한 모든 베이스 레이어 암호화폐는 모두 디지털 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암호화폐들은 법정화폐 인플레이션과 무관하며 포트폴리오 내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상품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OS와 같은 암호자산은 사람들에게 비트코인처럼 “디지털 금"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지만, 인플레이션율은 매년 1%에 불과합니다. 금의 인플레이션율이 1.25%임을 감안하면 확연히 적은 인플레이션율입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모든 암호화폐는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 투명하고 회계감사가 가능하며 화폐공급이 예측 가능합니다.
- 검열 저항성 -- 암호화폐 사용을 제재할 수 있는 주체가 없습니다.
- 비허가성 -- 사용자가 시스템을 사용할 때 별도의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하여 프라이빗 키를 생성하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자기주권 -- 사용자는 무기명 자산을 소유합니다. 쉽게 말하면 사용자는 제3자의 보증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10억 달러를 본인이 보유한 채 국경을 넘나들 수 있습니다.
- 분할성 -- 암호화폐는 각기 다른 가치의 사물을 교환하기 위해 아주 작은 단위로까지 분할할 수 있습니다.
- 휴대성 -- 암호화폐는 휴대하여 옮길 수 있습니다.
- 대체가능성 -- 암호화폐는 모든 단위 간 교환할 수 있습니다.
가치저장의 수단으로서 금은 암호자산에 비해 거의 모든 방면에서 열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금이 더 오랜 세월동안 가치저장 수단으로 취급되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플레이션 헷징을 희망하는 투자자들은 귀금속 대신 암호화폐를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암호화폐는 금시장의 대부분의 가치를 흡수하게 될 것입니다.
디지털 금 시장의 확장
이 글의 독자 여러분 대다수는 자유시장 경제와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는 국가에 거주하는 행운아이실 겁니다. 이 국가들은 달러 혹은 유로와 같이 안정적인 법정화폐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을 대비하기 위한 헷징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하지만 전세계의 절대 다수는 이러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수치적으로 뒷받침하는 데이터는 없지만, 저는 전세계 인구의 75-85%에 이르는 사람들이 자국 화폐가 아닌 다른 국가 화폐에 순자산을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아주 간단한 사고실험을 해보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보유한 순자산의 100%를 하나의 화폐에 보관해야만 한다면, 여러분은 달러, 유로, 스위스 프랑, 영국 파운드 혹은 일본의 엔화가 아닌 다른 화폐를 선택하시겠습니까? 그런데 위에 열거된 화폐를 실사용하는 인구는 모두 합치더라도 70억 지구촌 인구 중 10억 명에 불과합니다.
자국 화폐를 벗어나길 희망하는 이들은 오히려 그럴 수 없는 것이 실정입니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이란, 터키 등의 국가에 거주하는 국민 대부분은 증권화된 금에 대한 접근권을 갖지 못합니다. 이러한 국가의 국민들은 자국 내 금을 보관하는 기관이 있다한들 이를 신뢰하지 못합니다. 정치적 혼란이 닥쳤을 경우, 소수의 기득권층 혹은 군중에 의해 이러한 기관이 보유한 금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것이죠.
암호자산은 온전하게 비허가성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암호자산 보관을 위해 필요한 준비물은 인터넷 연결과 누구나 30불 안팎으로 구입할 수 있는 스마트폰입니다.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하거나 느려도 괜찮습니다. 위의 두 가지만 있다면, 전세계 어디서나 국적에 제약받지 않는 부의 축적 메커니즘을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점점 더 보편화될 것입니다. 60억 여명에 달하는 인구가 국경을 초월하는 돈에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는 수단을 갖게 된다면, 디지털 금 시장은 기존의 7조 달러 규모의 금시장보다 훨씬 큰 외연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시장 확대 효과의 규모는 결코 허풍이라 치부할 수 없습니다. 인류사상 최초로 인간은 자신의 부를 자국 화폐가 아닌 국가에 귀속되지 않는 화폐에 축적할 수 있다는 선택지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기반이 약한 정부들은 무너지게 될 것이며, 대규모 탈(脫)법정화폐 현상을 야기할 것입니다.
오늘날 법정화폐에 저장되어 있는 가치는 최소 93조 달러입니다. 사람들이 법정화폐를 암호자산으로 바꾸기 시작한다면 디지털 금 시장이 92조 달러에 육박하는 시장 크기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 시장의 확장을 보수적으로 본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디지털 금 시장의 규모가 30조 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만약 더 커진다면 기존의 금시장의 10배에 가까운 70조 달러에도 근접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박 역시 가능합니다. 현재 암호자산에 대한 접근권을 가지지 못한 전세계 인구 85%는 많은 양의 부를 소유하고 있지 않으므로 시장 규모를 10배까지 확장시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반박은 모든 유동성 자산이 마진을 포함한 가격에 거래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1달러를 자산에 투자한다고 가정 시, 명목상 시가총액은 1달러를 상회하는만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숨겨진 부
초부유층의 경우, 자신들의 자산 중 20-30조 달러 가량을 해외은행 계좌에 예치합니다. 이는 정부로부터 쉽게 몰수되거나 과세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적인 은닉 자산입니다. 암호화폐는 무기명 자산이기 때문에, 물리적인 폭력을 가하지 않는 한 정부가 개인으로부터 암호자산을 몰수할 수 없습니다.
투자자들이 암호자산에 내재된 힘과 모네로, 지캐시, 그린, 타리, 모바일코인 등과 같은 프라이버시 코인에 대한 이해도가 점차 높아짐에 따라, 해외은행 계좌로 은닉하는 부의 상당부분을 자기주권적 성격을 가진 암호자산으로 전환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해외계좌 은닉 자산 역시 결국 특정 정부의 영향력에는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암호자산의 변동성을 감안해본다면 얼마나 많은 양의 해외 은닉자산이 암호자산으로 전환될지 정확하게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본다면 상당량의 자산이 유입될 것이라는 추측은 합리적입니다.
생산적 자산이 가지고 있는 통화 프리미엄의 축소
닉슨 대통령이 금태환 정지를 선언하면서 금본위제는 막을 내렸습니다. 그 이후, 투자자들은 법정화폐의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온갖 종류의 비화폐성 자산에 부를 담기 시작했습니다. 번외로 이에 대한 Nick Szabo의 글은 너무나 훌륭합니다.
법정화폐의 인플레이션을 대비하는 차원으로 떠오른 자산은 부동산, 채권, 주식입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지난 10년간 중앙은행은 어마어마한 양의 통화를 발행하면서 주로 채권을 사들였습니다. 이로 인해 채권의 가격이 인위적으로 상승한 반면 이자는 하락하였습니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더 많은 자가보유 자본을 기타 자산으로 분배하게 되었습니다. 주로 부동산과 주식이지요. 즉, 법정화폐 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자본이 채권, 주식, 부동산에 몰리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