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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 코인에 대하여

작성자 Kyle Samani
January 17, 2018 | 13 Minute Read

암호자산 관련 일을 시작한 이후부터 늘 스테이블 코인에 큰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비트코인에 대해 처음 알게된 것은 2014년 아르헨티나 유학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통화 위기와 그로 인한 대규모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었습니다. 앞서 정부가 1년 동안 은행 계좌를 동결시키면서 겨우 급한 불을 껐던 2001년 디폴트 사태에서 아직 국민들이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암암리에 미국 달러를 거래했고 그 결과 달러 암시장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합법적으로 달러를 살 수는 있었지만 한도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암시장에서 페소를 달러로 환전해 말 그대로 매트리스 밑에 돈을 숨겼습니다. 정부에서 발행한 화폐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자, 다들 다른 통화로 눈을 돌렸습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비트코인의 특정 기능이 엄청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통화인데다 간섭받지 않고 전 세계 어디로든 손쉽게 전송할 수 있고, 물리적인 달러 지폐보다 훨씬 지키기 쉬웠습니다. 나아가 압류될 걱정도 없었죠. 유일한 문제점은 비트코인 자체가 너무 변동성이 심해서 기존 법정 화폐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상품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안정적인 가치를 지닌 암호화폐를 말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는 그렇습니다. 앞서 설명한 비트코인의 장점을 하나도 빠짐없이 갖추고 있으면서도 변동성이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 저장 수단이자 교환의 매개, 나아가 통화 단위로서 훨씬 더 유용합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암호자산 중에서 볼록성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합니다. 기존의 법정 화폐와 무관한 글로벌 디지털 현금이 목표이므로, 스테이블 코인의 전체 시장(TAM)은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돈, 그러니까 약 90조 달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본질적으로 가장 큰 TAM을 겨냥합니다. 비트코인보다도 더욱 크고 야망 넘치는 비전입니다. 가격 변동이 없고 법정 화폐와 관련이 없는 스테이블 코인의 등장은 전 세계의 힘없는 정권의 정당성을 위협할 것입니다.

이쯤에서 이런 의문이 듭니다. 본질적으로 안정적인 가격의 자산을 최종 제품으로 내놓는 시스템이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아래 등장하는 모든 무신뢰성 스테이블 코인은 자본과 유사한 토큰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이 토큰에서 현금 흐름이 발생합니다.

개략적인 정의만 보면 법정 화폐와 관련이 없는 무신뢰성 스테이블 코인은 불가능한 개념에 가깝습니다. 수요와 공급이 자연스럽게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는 것인데, 환율이 변동하는 통화의 가격이 어떻게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요?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기본적인 경제 원칙을 거스르는 듯 보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러 개발 팀이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가 법정 화폐와 무관한 글로벌 디지털 현금으로 거듭나려면 다음의 네 가지 기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가격 안정성
  2. 확장성
  3. 프라이버시
  4. 탈중앙화 예: 단일 개체가 담보를 보유하지 않는 암호화폐인 테더(Tether)

현재 진행 중인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 중에는 네 가지 기능을 모두 충족하는 프로젝트가 없지만, 몇몇 프로젝트에서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확장성과 프라이버시는 아마도 꽤 시간이 걸릴 영역입니다. 그러나 안정적인 탈중앙화 암호자산은 오늘날에도 충분히 실현 가능합니다.

기본적인 스테이블 코인 설계 방법은 중앙 집중식 IOU 발행, 담보 설정, 그리고 주조 차익 등 총 세 가지로 나뉩니다. 각각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스테이블 코인 모델: 중앙 집중식 IOU 발행

스테이블 코인을 설계하는 첫 번째 방법은 IOU를 발행하는 것입니다. TetherDigix와 같은 토큰들이 이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중앙에 있는 회사가 은행 계좌 또는 금고 안에 자산을 보관합니다. 그리고 이 기본 자산에 대한 청구권을 토큰 형식으로 발행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디지털 토큰은 가치를 지닙니다. 어느 정도 가치가 정의된 다른 자산에 대한 청구권을 대신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설계 방법의 문제점은 바로 중앙 집중식에 있습니다. 토큰 발행자가 토큰이 대변하는 자산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으며 IOU를 이행할 것이라는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결국 토큰 보유자는 심각한 수준의 거래상대방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Tether의 지불 능력과 합법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두 번째 스테이블 코인 모델: 담보 설정

두 번째 방법은 체인 상에 존재하는 다른 무신뢰성 자산을 담보로 잡고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것입니다. 이 모델의 선구자로 BitShares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Maker, Havven 등이 이 모델을 사용합니다. 해당 모델의 경우 스테이블 코인의 담보 자체가 탈중앙화된 암호자산입니다. 예를 들어 Maker의 Dai 스테이블 코인은 이더리움 스마트 컨트랙트 내 ETH를 담보로 활용합니다. 탈중앙화라는 장점이 두드러지는 방법이죠. 무신뢰 스마트 컨트랙트 내에 담보를 보관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제삼자 없이도 상환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스테이블 코인이 생성하는 초과액을 담보로 잡고 스테이블 코인을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Maker 사용자는 $150에 해당하는 Ether를 보관함으로써 $100 가치의 Dai 스테이블 코인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담보는 스마트 컨트랙트 내에 보관하다가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부채를 갚는데 쓸 수 있습니다. 또는 담보 가치가 특정 기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계약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파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담보를 설정한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 중앙 기관에 대한 신뢰가 불필요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스테이블 코인의 담보가 대개 Bitshares의 BTS 또는 이더리움의 ETH처럼 변동이 심한 암호자산이라는 것입니다. 담보 자산의 가치가 빠르게 폭락한다면 발행된 스테이블 코인의 담보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급격한 가격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스테이블 코인의 담보 금액을 높게 설정합니다. 이렇게 하면 어느 정도 확실성을 확보할 수 있으나, 돌발 변수는 늘 존재합니다. 언제 담보 가격이 순식간에 떨어져 스테이블 코인의 담보력이 약화될 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온체인 담보물에 의존하는 프로젝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러한 돌발 변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스테이블 코인 모델: 시뇨리지 쉐어(주조 차익)

스테이블 코인을 생성하는 마지막 방법은 시뇨리지 쉐어(주조 차익)을 활용하는 것인데, 알고리즘으로 가격이 안정적인 화폐의 공급을 늘였다 줄입니다. 중앙 은행이 법정 화폐를 관리하는 것과 비슷하죠. 이렇게 생성된 스테이블 코인의 유일한 담보는 특정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 뿐입니다.

먼저 스테이블 코인 토큰을 할당한 다음 미화 달러와 같은 자산과 연동합니다. 스테이블 코인의 총 수요가 증가하거나 감소함에 따라 공급도 자동으로 함께 움직입니다. 프로젝트마다 스테이블 코인 공급을 확대 또는 축소하기 위해 여러가지 다른 방법을 응용하고 있으나, 그 중 Basecoin이 도입한 ‘bonds and shares’ 방법이 가장 흔히 쓰입니다.

네트워크가 커질수록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수요도 늘어납니다. 공급이 고정되어 있다면 수요 증가는 곧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주조 차익 모델에서는 수요가 증가하면 새로운 스테이블 코인이 발행됩니다. 공급도 함께 늘어나는 셈이죠. 그렇기 때문에 목표 수준까지 가격이 떨어집니다. 반대 경우에는 ‘채권(bond)’을 활용해 유통되고 있는 코인을 거두어 들입니다. 보다 자세한 설명은 아래에서 계속하겠습니다.

주조 차익 모델의 가장 큰 과제는 조작이 불가능하고 탄력적이면서도 탈중앙화된 방법으로 통화 공급을 확대 또는 축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통화 공급을 늘리는 것은 어렵지 않죠. 더 많은 돈을 찍어내면 됩니다! 반면 통화 공급을 줄이는 일은 매우 복잡합니다. 누가 돈을 포기해야 할까요? 강제적인 방법과 자발적인 방법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까요? 만약 자발적으로 통화 공급을 축소한다면, 누군가가 스테이블 코인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어떤 동기 부여가 필요할까요?

공급을 반드시 줄여야 하는 상황일 경우 시스템에서 액면가가 $1인 채권을 발행합니다. 그런 다음 스테이블 코인 보유자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채권을 판매합니다. 사용자가 향후 수익을 낼 수도 있는 채권을 구입하기 위해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합니다. 그 결과 스테이블 코인의 전체 공급이 일부 줄어들게 됩니다. 스테이블 코인 가격이 목표 범위보다 떨어질 경우에 이런 방법으로 공급을 축소할 수 있습니다. 이후 수요가 증가해 화폐 공급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먼저 채권을 구입한 순서대로 채권 소유자에게 액면가를 지불합니다. 모든 채권 소유자에게 돈을 지급하고 나면 이제 쉐어(share), 즉 시스템의 주식 토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 차례입니다. 쉐어는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공급되는 미래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소유권을 뜻합니다. 주식과 비슷한데, 쉐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 둘 다 보유한 자산에 대한 배당금을 기반으로 자산 가치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조 차익 모델을 활용하는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들은 대개 쉐어를 가진 사람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주조 차익 모델의 경우 마지막 공급 축소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공급이 줄어든다는 것은 미래에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방법들의 대략적인 개요와 계산을 포함한 예를 이 링크에 설명해두었습니다. Basecoin은 공급 축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권 유효 기간을 5년으로 설정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수단은 채권이라기보다는 지불 기간이 무한정인 이원 옵션(특정 상품 가격이 현 시점보다 오를 것인지 떨어질 것인지 예상하는 도박성 투자방법)에 가깝습니다.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구매자는 당연히 더 높은 이자율을 요구할 것입니다. 문제는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할 경우 채권 가격 역시 폭락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스템이 스테이블 코인의 공급을 줄이기 위해 신규 채권을 발행하는 동안 채권의 대기 행렬은 점점 더 늘어나게 됩니다. 그 결과 지불 기간이 길어지고 채권의 지불 가능성도 줄어들죠. 이러한 추가 리스크를 보상하기 위해 새로 발행된 채권을 더욱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밖에 없습니다. 채권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채권이 판매될 때마다 시장에서 사라지는 스테이블 코인의 수도 줄어듭니다. 시스템은 효과적으로 공급을 축소하기 위해 더 많은 채권을 발행해야 합니다. 결국 되돌림 루프가 반복됨에 따라 대규모 공급 축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됩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취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Basecoin은 Basecoin 자주 묻는 질문을 통해 채권 유효기간과 최저가격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자사 시스템은 채권 가격 급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Carbon과 같은 프로젝트처럼 주조 차익 모델을 변형해 적용한 케이스도 있습니다. Carbon의 경우 사용자가 자산의 일부를 동결해 공급 축소와 성장 주기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발행한 채권을 모두 지불했는데도 공급을 확대해야 하는 경우, 모든 사용자에게 할당량만큼 신규 스테이블 코인을 지급하는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주조 차익 모델을 어떻게 변형하든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존재합니다.

주조 차익 모델은 무신뢰성 탈중앙화 스테이블 코인을 생성하는 가장 흥미롭고, 가장 실험적이며, 가장 암호자산 산업에 맞는 맞춤형 방식입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 모델이 실패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주조 차익 모델은 스테이블 시스템이 무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에 입각하고 있습니다.

공급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는 개념이 처음 보는 이들에게는 낯선 개념처럼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잘 알려진 경제이론인 통화수량설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시 미국의 달러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수량설을 적용합니다. 주조 차익 모델을 적용한 암호자산 프로젝트와 연방준비제도가 하는 일이 같은 셈입니다. 다만 알고리즘에 기반한 탈중앙화 방식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죠.

오라클

스테이블 코인이라면 예외 없이 오라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만약 미국 달러와 같은 외부 자산의 가치와 스테이블 코인이 연동되어 있다면, 이 시스템은 스테이블 코인과 연동된 자산 간의 환율 정보를 가져와야 합니다. 총 세 가지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1.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소스, 즉 신뢰할 수 있는 오라클을 활용합니다.
    • 이를 통해 시스템 내 오라클에 대한 신뢰를 다시 중앙 집중화할 수 있습니다.
    • 데이터 소스를 조작할 수 있습니다.
  2. 위임된 데이터 피드 속에서 중간값을 구합니다.
    • BitShares에서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사용자는 지분에 비례해 주어진 투표권을 행사해 가격 피드를 제공할 위임자를 선출합니다.
    • 가격 피드의 중간값을 이용합니다. 즉, 위임자 대다수가 가격 피드를 조작하기 위해 공모했음을 의미합니다.
    • 소프트웨어가 특정 기간 동안 가격 피드의 변동 한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 투표를 통해 잘못된 데이터를 제공한 위임자를 해임할 수 있습니다.
  3. 쉘링 포인트 방식을 활용합니다.
    • 토큰 지분을 보유한 사용자가 가격 정보를 입력합니다. 토큰 지분에 따라 투표권이 주어집니다.
    • 사용자가 입력한 정보를 소프트웨어가 분류합니다. 25번째 백분위수와 75번째 백분위수 사이의 값을 제공한 사용자는 보상을 받고, 25번째 백분위수 아래 혹은 75번째 백분위수 위에 포함되는 값을 제공한 사용자는 퇴출됩니다.
    • 이들이 보유한 토큰은 올바른 값을 입력한 사용자에게 재분배됩니다. 최적의 입력값이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한 값이 되도록 게임 이론을 적용한 방법입니다.

문제점

아직 런칭조차 되지 않은 개념화 단계의 스테이블 코인도 많지만, 어쨌든 모든 스테이블 코인이 겪는 마지막 두 가지 문제점으로 확장성과 프라이버시가 있습니다. 글로벌 디지털 현금은 빠르고, 저렴하고, 또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확장 가능한 플랫폼이 글로벌 디지털 현금의 기반이 된다면 이 조건들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철학적 측면과 실질적 측면에서 비공개로 유지되어야 합니다. 탈중앙화된 스테이블 코인은 프라이버시가 어느 정도 보장되지 않으면 절대로 글로벌 디지털 현금의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물론 프라이버시를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을 거래하는 기업과 정부, 금융 기관은 분명 자신들의 사업 이익과 관계 등을 보호하기 위해 프라이버시를 보장받기를 원할 것입니다. 비트코인처럼 완벽하게 투명한 원장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비트코인 주소가 익명으로 관리되기는 하지만, 간단한 체인 분석을 통해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주소와 알려진 개체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디지털 현금의 핵심 기능인 대체가능성도 흔들립니다.

스테이블 코인이 마주한 또다른 어려움은 반드시 USD와 같은 기초 자산에 ‘연동’되도록 설계된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스테이블 코인과 USD가 서로 대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실제로는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가 USD 가격을 중심으로 형성되도록 설계되었다는 의미에 불과합니다. 담보 100%에 교환 가능한 스테이블 코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기초 자산의 가격에 거래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거래상대방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이 성공하려면 기초 자산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교환 가능한 담보, 시장 인센티브,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 등을 복합적으로 이용해 미화 달러 가치를 매우 밀접하게 따라가는 독립적인 유동자산이라는 사용자의 인식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스테이블 코인이 기초 자산의 가격을 완벽하게 따라가지 않고도 원하는 안정성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스테이블 코인을 위한 경제학적 원리가 자리를 잡는다면 기초 자산과의 연동에 대한 중요성 역시 점점 더 사라질 것입니다. 가게에서 손님에게 물건을 팔거나 공급업체에 대금을 지불할 때 미화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이 교환의 매개로 널리 쓰인다고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기초 자산과의 완벽한 연동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집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너무나 먼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예측이 현실이 되려면 네트워크를 개선하는 동시에 스테이블 코인이 믿을 수 있는 화폐라는 인식이 자리 잡는 기나긴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몹시 고된 과정이 될 것입니다. 아무런 담보가 없는 주조 차익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이라면 더욱 그렇죠.

글을 맺으며

탈중앙화된 스테이블 코인은 매우 실험적인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적용한다면 글로벌 경제의 근간을 바꿀 장기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입니다. 암호화폐는 가격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법정 화폐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문제를 스테이블 코인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국가 경제를 잘못 관리하면 그 결과는 초인플레이션 정책, 경제 통제, 그 외 비효율적인 정책으로 나타납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정부와 통화 분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스테이블 코인으로 인해 탈중앙화 어플리케이션의 가능성이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장기 고정 자본 또는 에스크로 방식을 필요로 하는 어플리케이션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의 도입과 함께 탈중앙화 보험, 예측 시장, 예금 계좌, 탈중앙화 환율 거래 페어, 신용 및 부채 시장, 송금 등 다양한 가능성의 문이 열릴 것입니다.

탈중앙화 스테이블 코인을 생성하는 여러 방법 중 어떤 것이 승자가 될 것인지는 결국 시장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